장면⑦=“돌 잡기는 무모하다.” 일본 막부 시절 ‘싸움 12단’이라 불린 본인방 죠와의 얘기다. 공격과 돌 잡기는 다르다. 바둑 기사는 이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 시대 최고의 싸움꾼이라 할 신진서 9단이 흑▲로 크게 씌워 공격에 나섰다. 백1엔 흑2, 4로 근거를 뺐는다(흑2를 A로 포위해 기분을 내는 것은 백이 안에서 살아버리면 허망해진다). 리친청 9단은 백5로 달아난다. 여기서 신진서의 선택이 놀라웠다.
◆신진서의 선택=실전에서 신진서는 흑1로 붙이더니 백2로 젖히자 흑3으로 또 붙였다. ‘하수의 양붙임’이란 말이 있다. 하나 지금의 형세에서는 흑1, 3이 간명하고도 실전적이었다. 사방이 결정된 지금 우변 백 세 점을 즉결 처분하여 바둑을 끝내는 결정타였다. 돌 잡기는 무모하다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바둑의 묘미다.
◆실전 진행=계속 실전이다. 백1, 3은 필연의 응수. 이후도 거의 외길이다. 다만 백7 때 조심해야 한다. 흑8의 후퇴는 정수. 흑이 9의 자리를 잇고 버티는 것은 백도 8로 끊고 우변을 움직인다. 알 수 없는 승부가 된다. 백9까지의 바꿔치기로 흑 대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