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장관으로도 활동한 고 이어령 교수는 “오늘날에도 연말연시가 되면 여전히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무엇인지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라며 이 책에 대해 위와 같이 분석한 바 있다(『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것이 한국이다』, 1963). 바로 토정비결이다.
이 분석에서 더 들어가 통계를 낼 수 있다. 토정비결 144괘 중 행운이 57가지이고 불운은 40가지다. 나머지 47가지 중 모호한 운수(‘만리를 가는 구름이 무심히 산에서 나온다’)가 12가지이고, 조건부 행운(‘노력하면 빛이 나리라’)은 13가지, 금지·금기(‘서로 다투면 구설이 우려된다’)는 22가지다.
이로부터 토정비결이 신년운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이목을 수백 년간 끈 비결을 추측할 수 있다. 첫째, 행운이 불운보다 더 높은 확률로 나오도록 운세를 배합했다. 둘째, 해석의 여지가 넓어서 결과가 대략 그 구절 속에서 풀이될 수 있는 괘를 다수 넣었다. 셋째, 조건부 행운과 조건부 금지로 사람들의 심리를 사로잡았다. 행복한 결과에 이르는 활동이나 불행을 피하려면 경계해야 할 일을 담은 구절이 실행 지침으로서 공감을 얻은 것이다.
올해 경제는 다행히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리라는 전망이 많다. 토정비결에 비추어볼 때, 경제의 방향 못지않게 중요한 ‘점괘’가 조건부 전망이다. 이는 ‘주요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 듯하니, 이러저러하게 대응하라’는 형식을 띤다. 어떤 기관은 인공지능(AI) 변수를 성장률과 관련해 낙관·비관 시나리오로 펼쳐 보인다. 필자라면 이런 틀 대신 조건부 전망으로 다음을 내걸겠다. “AI가 일으킨 두뇌 산업혁명과 피지컬 AI 변화의 흐름을 한국이 주도하지 못할 경우, 선도국들과의 격차는 가속적으로 벌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