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소셜미디어(SNS)에 “내 지지율은 64%”란 글을 올렸다. 그리고는 “그럴 만하다. 강력한 국경, 인플레이션 없는 환경, 막강한 군사력, 훌륭한 경제를 갖게 된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고 했다.
여론분석 업체 ‘디시즌데스크HQ(DDHQ)’ 기준 트럼프의 지지율 평균은 44.1%다. 30%대 결과도 줄줄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를 “작가들의 글보다 훨씬 조작됐다”고 치부했다.
그럼 64%의 근거는 뭘까. 첨부된 사진엔 ‘트라팔가’란 표기가 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당선을 예측해 유명세를 탔던 업체다. 공화당 성향이 강하지만 당내 여론팀도 “조사기법을 공개하지 않아 어떻게 조사하는지 모른다”고 평가한다.
트라팔가의 조사 결과를 확인해봤다. 찬성 50.2%, 반대 44.6%라는 결과표와 함께 응답자의 대략적 비율만 공개한 7장짜리 리포트였다. 64%는 없었다. 가장 근접한 데이터를 찾아봤다. 그랬더니 트럼프의 인식을 추정할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가능성. 조사에서 ‘강한 반대’를 택한 37.4%를 제외하면 62.6%가 나온다. 이 경우 7.1%의 ‘반대’와 5.2%의 무응답자가 트럼프가 인식하는 지지자에 포함된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응답자의 36.5%인 민주당 지지자 전체를 제외한 63.5%다. 반올림하면 정확히 64%다.
두 가지 가능성의 공통점은 이분법이다. 이러한 극단적 ‘뺄셈의 정치’를 위해선 명확한 적(敵)의 개념이 필요하다. 64%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믿는 트럼프는 야당 내 강한 반대론자는 물론, 더 나아가 유권자의 절반인 야당 지지자 전체를 적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17일 대국민연설에서 표출됐다. 트럼프는 18분으로 제한된 생방송 연설 내내 바이든 전 대통령만 공격했다. 고물가와 일자리 부족, 복지비용 증가, 주거비 상승 등 모든 부정적 상황은 모두 바이든 때문이고, 바이든 정책의 핵심은 불법 이민자라고 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이를 ‘이민자 혐오 증후군’이란 정신이상 증세라고 했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이민자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증오가 ‘이민자가 들여온 병든 소 때문에 쇠고기 가격이 올랐다’는 재무장관의 황당한 발언으로 확대된 상황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워한다”는 주장이다. ‘선진 미국’의 모범 사례를 좋아하는 한국의 정치도 참고하기를 권한다. 정치적 의도를 떠나 야권 인사의 발탁과 관련해 나오는 “변절자의 말로는 비참할 것”이라는 등의 무시무시한 대사는 조폭 영화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