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지중해에서 침몰한 러시아 화물선이 북한에 전달할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용 원자로 부품을 싣고 있었을 수 있다는 외신 보도를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꾸준히 제기돼 온 러시아의 북한 원잠 원자로 지원설이 물증으로 확인될 수 있어서다.
관련 의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매체 라 베르다드의 보도에서 비롯됐다. 라 베르다드는 “스페인 당국은 당시 침몰한 러시아 선박 우르사 마요르호가 북한으로 향하는 VM-4SG 원자로 2기의 케이싱(외부 덮개)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VM-4SG는 전략 원잠에 사용되는 VM-4 계열 소형 원자로의 개량형으로 여전히 러시아 해군이 운용하고 있다. 케이싱은 원자로를 둘러싼 금속 외피로 냉각·차폐·배관 체계와 맞물리는 핵심 구조물이다.
스페인 당국은 침몰 경위를 들여다보다 수상한 점이 포착돼 심층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선박 선미에 미신고 화물이 실려 있었는데, 서류상에는 항만 크레인과 쇄빙선용 덮개 등으로 명시됐지만 방수포로 덮여있던 대형 화물에서 원자로 부품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조사 당국은 선장이 말을 바꾼 점에도 주목했다. 쇄빙선용 덮개로 보기엔 65t 화물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지적에 선장은 맨홀 덮개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항로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됐다. 스페인 당국은 사고 전후 우르사 마요르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감속과 항로 변경을 반복했다고 봤다. 라 베르다드는 “서방 잠수함이 북한으로 향하던 원자로 2기의 은밀한 운송을 차단하기 위해 격침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선박에는 초공동 어뢰로 추정되는 관통 흔적이 발견됐다고 한다.
사고 직후 러시아의 움직임도 의문을 키운다. 침몰 직후 러시아 해군 상륙함은 스페인 측에 구조 작전 통제권을 요구하며 스페인 구조대의 접근을 제한하려 했다. 이후 러시아 해양조사선 얀타르가 침몰 해역에 접근해 해저를 수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매체들은 러시아가 바다에 남은 화물을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라 베르다드는 “스페인 당국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우르사 마요르호가 원래 목적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북한 나선항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나선항 하역에 사용될 용도로 대형 크레인이 선박에 함께 실렸다는 추론도 나왔다.
스페인 당국의 조사가 사실이라면 2024년 말 이미 러시아가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대가로 원잠용 원자로를 통째로 지원했다는 의미가 된다. 원잠은 본토가 공격당하더라도 수중에서 얼마든지 반격이 가능한 이른바 ‘제2격’ 개념의 핵심으로, 핵 위협 능력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