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신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주요 격전지에서 지지율 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신인급 후보인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37%대 34%로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였고, 경기지사와 부산시장 가상 대결은 민주당 김동연 지사와 전재수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군에 오차 범위를 넘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의 약세는 계엄 후 1년여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만 바라본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오 시장이 어제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당 지도부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 것도 여론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통일교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전 의원이 악재에도 불구하고 가상 대결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국민의힘으로선 뼈아픈 성적표다. 유권자들에게 제1 야당의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중도층 지지율에서도 오 시장이 정 구청장에게 32%대 38%로 뒤졌고,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 의원에게 24%대 49%로 크게 밀렸다. 확장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외연 확장에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나타난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말로만 변화를 외치고 이전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장 대표는 “국민의 삶을 진심으로 돌보면 선거의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보인다. 게다가 신년 여론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의 갑질 논란, 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 등 여당의 대형 악재가 반영된 것이다. 야당의 무대가 열렸는데도 지지율을 높이지 못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계파 갈등을 키우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윤 전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고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지도부를 중도층은 외면했다. 오죽 답답하면 현직 시장들이 “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오세훈)거나 “강성 지지층만으로는 선거에서 못 이긴다”(박형준)는 하소연을 하겠는가.
이번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과 모름, 무응답이 30%에 이른다는 점이 국민의힘으로선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야 모두에 실망한 부동층이 여전히 두텁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독주에 맞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균형을 잡아준다면 제1 야당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고 반전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말의 해를 맞아 “뼈를 깎는 각오로 뛰겠다”는 장 대표의 향후 행보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