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부터 국민의힘에서 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그는 “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며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도 주문했다. 6·3 지방선거가 열리는 새해 들어서도 장 대표의 당성(黨性·당에 대한 충성도) 중심 노선이 바뀌지 않자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년 인사회에서 “당이 일부 극소수에 휩쓸리지 않고 대다수의 바람에 부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들과 만나선 “그동안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계엄 사과 ▶보수 대통합 ▶민생 문제 해결 등 세 가지를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장 대표는 12·3 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지난해 거부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가 진정성 있는 언어로 계엄에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보수 통합에 대해선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한동훈 전 대표 등 통합엔 예외가 없다”고 했다.
면전에서 쓴소리를 들은 장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 대표 주변에선 오 시장을 공격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금은 내부에서 지도부를 흔들고 압박할 때가 아니다”며 “전장에 있는 장수들은 피가 마르는데, 후방에서 훈수 두는 정치는 비겁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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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먹은 국힘 “이대론 17곳 중 14곳 패한 2018 악몽 재현”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서울시장을 그렇게 오래 하고도 왜 대선주자 지지율은 바닥인지 자기 성찰부터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선 “새해부터 절망적인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재선 의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청에 기반을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본격 선거 모드가 시작됐지만, 이 기조로는 선거에서 궤멸할 거란 위기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날 공표된 중앙일보 신년 여론조사는 이런 우려를 더욱 키웠다. 서울·경기·부산 등 주요 격전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밀리고 있다는 새해 첫 성적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본지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8~30일 전화 면접 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부산시장의 경우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비리 논란에도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과 맞대결 시 39%와 30%로 오차범위(±3.5%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경기지사의 경우엔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중 누가 나와도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장 선거 역시 현역인 오 시장(37%)과 민주당 소속 정원오 성동구청장(34%)이 접전 양상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현직 프리미엄도 다 사라졌다”며 “전국 17곳 중 14곳에서 패배한 2018년보다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지지층 여론은 ‘투표 포기’ 양상마저 보였다. 경기지사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층 절반 정도가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차기 부산시장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자 5명 중 1명 이상(21%)이 선택을 포기했다. 한 초선 의원은 “보수가 흩어지고 있다는 위기 신호”라고 했다.
당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날 곳곳에서 분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통화에서 “이제 외연 확장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 강성 지지층만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필패”라며 “오 시장 말처럼 범보수 대통합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왜 분열하지 않고 통합해야 되는지, 왜 탄핵의 강을 건너야 되는지,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생각을 (지도부가) 안 하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달 초 외연 확장을 골자로 한 신년 비전을 발표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장 대표는 이날 신년 인사회에서 “많은 분이 국민의힘의 변화를 주문한다”며 “정치의 기본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새로운 조직 인선과 인재 영입 등 변화를 토대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연 확장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이 함께 하기엔 생각의 차이가 많이 돋보인다. 이번에는 아주 강한 경쟁을 하겠다”며 연대 논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선을 그었다. 최근 한 전 대표가 연루된 ‘당원 게시판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로 계파 갈등이 증폭한 것도 걸림돌이다. 한 재선 의원은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징계한다면 보수 통합은커녕 내부 분열만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