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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90만원'에도 완판…불수능이 불지른 '고액 입시컨설팅'

중앙일보

2026.01.01 12:00 2026.01.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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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상담 신청 마감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재수생 학부모 A씨(54)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자마자 강남구 대치동의 유명 업체에 정시 지원전략 상담(컨설팅)을 예약했다. 1시간 짜리 1대 1 상담과 입시 전략 자료 제공, ‘파이널콜’이라고 불리는 정시 지원 마감 직전 최종 전화상담까지 총 64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상담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A씨는 “작년엔 아이가 학교 선생님 도움만 받고 따로 컨설팅을 받지 않았던 것이 아쉬워 유명 업체를 수소문해 예약했는데,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입시업체의 모의지원 시스템에서 나온 결과를 그대로 설명해주더라”고 말했다.

2026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이 종료된 가운데, 수험생들의 불안 심리를 겨냥한 고액의 정시 컨설팅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수험생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보다 투명하게 입시 데이터를 공개하는 한편, 근본적으론 복잡한 입시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6학년도 대학 정시 원서 접수는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올해 수능에선 국어와 영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시 모집 전형의 수능 최저등급 기준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들이 대거 정시로 몰려 혼란이 빚어졌다. 2026학년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수시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된 인원은 전년 대비 31.9%(89명) 늘어난 368명으로 집계 됐다. 특히 자연계열 미충원은 전년의 2.1배로 뛰었다.

이렇다 보니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에선 정시 컨설팅 업체들이 성황이었다. 일부 유명 업체는 수능 성적표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초 이미 예약이 마감됐다. 한 컨설팅 업체 대표는 “불수능 여파로 전혀 정시를 생각하지 않았던 수험생들까지 정시로 넘어오면서 정시 상담 문의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한 컨설팅 업체의 안내 페이지. 이 업체는 이미 지난달 초 정시 상담 예약이 마감됐다. 온라인 캡처
컨설팅 비용은 학원법 시행령에 따라 각 교육청마다 상한선을 정해 관리하고 있다. 대다수 유명 업체가 몰린 강남·서초의 경우 1분당 5000원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는 1시간에 30만원 기본 상담료를 안내한 뒤 자료비 등을 이유로 수험생들에게 고액 결제를 유도했다. B 컨설팅 업체는 정시 상담과 파이널콜 포함, 76만원 짜리 상담 예약을 받았다. C 업체는 90분 대면 상담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경쟁률과 추가합격 가능성을 알려준다며 90만원을 책정했다.

교육당국에선 고액 교습비를 일일이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상한선을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적발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직원 6명이 관내 수백여 학원을 관할하다보니 민원이 들어와야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관련 민원이 없었다”고 했다.

문제는 비싼 가격에도 정작 상담에 만족하지 못한 수험생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90분 상담이라더니 40분만 해 주더라”, “연락두절로 파이널콜 못 받았다”, “취소하고 싶었지만 환불 불가였다” 등 후기가 잇따랐다. 매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만 수험생들은 입시를 둘러싼 상황이 매해 달라져 컨설팅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대학 서열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확한 대학 커트라인이나 배치 예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사교육 업체들이 파고드는 상황”이라며 “투명하게 입시 정보를 공개하고 장기적으론 입시 제도의 단순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공교육을 통한 진학지도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보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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