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서 독주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여권의 속내는 복잡해지고 있다.
1일 공개된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가 한 박형준 부산시장과 전 전 장관의 부산시장 가상 양자 대결 조사(12월 28~30일, 만 18세 이상 부산시민 801명 대상)에서 전 전 장관은 39%를 기록해 박 시장(30%)을 9%포인트 차로 앞섰다. 범여권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도 전 전 장관은 26%를 기록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8%)와 큰 차이를 보였다. 부산·경남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결백하다는 전 전 장관의 해명을 부산 시민들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12월 10일)된 직후만 해도 민주당에선 “금품수수는 아니더라도 통일교와 긴밀하게 접촉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 출마는 어렵지 않겠느냐”(수도권 중진 의원)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오히려 여론조사 상에서 독주 양상이 강해지자 최근엔 전 전 장관이 출마를 강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전 전 장관과 가까운 의원은 통화에서 “결백하다면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게 최적의 선택지라는 조언을 주변에서도 전달하고 있고, 본인 생각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지도부는 아직은 조심스런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는 “전 전 장관 출마를 얘기하기는 조금 이른 시기”라며 “(혐의가) 클리어되지 않은 이상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산·경남 의원은 “전 전 장관이 베스트지만 최악의 수사 결과에 대비한 대안도 마련해 둬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일교와의 유착 문제가 아직 정치 저관여층까지 확산되지 않은 면이 있다”며 “경찰 소환 조사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도 지지율이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안은 마땅찮은 상황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30%)는 박 시장(32%)과의 양자 대결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되긴 했지만, 이 경우 민주당 지지자의 27%는 ‘지지 후보가 없다’고 선택을 보류했다. 박형준-전재수 양자 대결에선 민주당 지지자의 17%만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조국혁신당은 아직 6월 지방선거에서 조 대표의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접한 뒤 “부산뿐 아니라 서울시장과 광주시장 이야기도 나온다”며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민주당의 핵심당직자도 “조 대표를 전재수의 대안으로 하기엔 여러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재성 전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박재호 전 민주당 의원은 범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각각 5%·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면, 민주당 소속 정원오 성동구청장(34%)이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시장(37%)을 오차범위 내로 바짝 추격한다는 결과에 대해선 여권이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31%)도 오 시장(40%)과의 양자대결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민주당의 수도권 의원은 “두 사람의 선전 가능성이 입증되면서 ‘당내에 후보가 없다’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원한 정치 컨설턴트는 “정 구청장과 박 의원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벌어진 상태에선 경선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정 구청장은 여전히 ‘성동구 사람’이라는 이미지 극복이 과제”라고 말했다. 김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