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가 인사 비리 의혹으로 시장과 함께 경찰 수사를 받는 공무원을 국장(4급)으로 승진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간부는 음주 측정을 거부해 체포된 공무원이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할 당시 인사 담당 과장이었다. 공무원 노조는 “시장이 셀프 면죄부로 책임을 스스로 면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2일 남원시에 따르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남원시지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인사 비리 사건으로 최경식 남원시장과 함께 압수수색을 받은 공무원이 최근 서기관으로 승진했다”며 “묵묵히 일하면 승진이 보장되도록 설계된 공직 사회가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비판했다. 앞서 남원시는 2024년 7월 단행한 정기 인사에서 음주 측정 거부로 경찰 수사를 받던 6급 공무원 A씨를 5급 사무관으로 승진시켰다가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승진 의결을 취소했다.
전주지법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5월 31일 오전 2시 10분쯤 고속도로에서 음주 측정 요구를 세 차례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사건 전날 남원 시내에서 회식한 뒤 본인 차를 몰고 20㎞가량 달리다 광주~대구고속도로 하행선 38.8㎞ 지점 갓길에 차를 세운 채 잠을 잤던 것으로 조사됐다. 체포 당시 A씨는 경찰관에게 “내가 승진 대상자인데 (음주운전을) 눈감아주면 사례를 충분히 하겠다”며 범행 무마를 시도했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2024년 9월 1심에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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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술 마시지 않았다’ 거짓말에 속아”
이에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A씨를 둘러싼 인사 비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5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남원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최 시장을 비롯해 당시 남원부시장(현 전북도 국장)과 인사 담당 간부 등 5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A씨 승진 과정에 부당한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아닌지를 조사 중이다.
이들은 “A씨 거짓말에 속았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남원시는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았지만, 음주 측정 거부로 혈중알코올농도가 확인되지 않아 최 시장과 인사·감사 담당자 등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A씨 말을 믿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최 시장이 말한 ‘관행을 벗어난 일 중심의 공직 사회를 만드는 과정’은 측근을 중심으로 승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사조직화였다”며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정치색 배제를 이유로 6급 15명 보직 박탈 ▶무원칙 전보 인사에 대한 남원시의회의 감사원 공익 감사 청구 ▶1년 6개월 만에 7급에서 6급으로 초고속 승진한 시장 비서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이번 국장 승진과 관련해 남원시 관계자는 “공무원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 중 성범죄·뇌물·음주운전 등 3대 범죄에 대해선 승진을 안 시킨다는 내부 지침이 있다”며 “그 외 건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국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여서 승진 배제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해당 국장이 기소되면 거기에 상응하는 징계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