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가전 등의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오는 2월 공개될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도 더는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스마트폰·컴퓨터·가전제품 등 주요 전자제품 가격이 올해 최대 5~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범용 D램 생산 우선순위가 밀리고, 이로 인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PC 제조 기업 델 테크놀로지의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에서 “D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낸드 플래시 메모리, 하드 드라이브 등 반도체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며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가격이 상승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AI 기능 확대로 전자기기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지면서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AI 기능 탑재 확대에 따라 노트북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10~18%에서 올해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도 비상이 걸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까지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추가로 4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 원가는 현재보다 8~15% 더 오르고,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대비 6.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2년 연속 갤럭시 S 시리즈의 국내 출고가를 동결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선 핵심 부품 가격 상승으로 올해에는 이런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56기가바이트(GB) 기준 제품 출고가는 ▶S25 기본형 115만5000원 ▶S26 플러스 135만3000원 ▶S26 울트라 169만8400원이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이미 속속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온 중국 샤오미는 최근 출시한 ‘샤오미 17 울트라’의 가격을 전작 대비 약 10% 인상했고, 델은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5~20% 인상했다. 대만 PC 업체인 에이수스와 에이서도 메모리 가격 급등을 PC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