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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항소포기와 판박이…검찰 '서해 피격' 반쪽 항소

중앙일보

2026.01.01 23:01 2026.01.0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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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의 배우자가 12022년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2일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수사·공판팀은 항소를 원했지만 지휘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내려진 결론이다. 여권이 공개적으로 항소 포기를 압박한 상황에서다. ‘대장동 사건’에 이어 여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마다 항소 포기가 되풀이되면서 “정권 눈치 보는 검찰”이라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자진 월북” 발표 사자명예훼손 혐의만 항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병주)는 이날 자정까지로 정해진 항소 기한을 앞두고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 적용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장을 제출했다.

중앙지검은 언론 공지를 통해 “증거 관계와 관련 법리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검찰청과 협의를 거쳐 월북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 자진 월북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로써 망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를 제기하고 나머지 부분은 항소 실익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 지휘권이 있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이 공소취소를 해야 한다”고 공개 요구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 시도 및 '월북 몰이'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1심 무죄를 선고받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지난해 12월 26일 직권남용 및 공용 전자기록 손상 등 총 25개 혐의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서훈 전 실장, 박지원 전 원장, 서욱 전 장관 등에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서 전 실장 등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이던 고(故) 이대준씨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역을 표류하다 북한군에 총살된 사실을 은폐하고,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기 위해 관련 첩보, 문건 등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 당국의 ‘월북 가능성이 있다’ ‘월북이라고 판단한다’는 표현은 ‘월북한 것이 사실이다’ ‘확실하다’와 같이 확정적이고 최종적인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라 잠정적 판단이고, 가치 평가 내지 의견 표현에 불과해 허위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이 월북 조작을 시도했고, 이씨 피격·소각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사·공판팀은 항소가 필요하다고 보고했지만, 박철우 중앙지검장이 반려했다고 전해졌다. 박 지검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주장하지만 종전에 해오던 관행이나 편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함이나 부족함은 없었는지 성찰의 자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는데 그동안 검찰이 비판받은 ‘기계적 항소’를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됐다.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11월 2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 눈치 보는 검찰, 치명타”


1심 재판부는 국방부가 5600여건, 국정원이 50여건 이씨 관련 첩보를 삭제한 점 등에 대해선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은폐 의도가 없다고 판단해 무죄로 선고했다. 검찰 내에선 이와 관련한 혐의를 더 다퉈볼 여지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압박 후에 핵심 내용에 대한 항소포기가 뒤따른 탓에 검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 역시 불가피하다. 지난해 12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무죄 선고를 두고 “이상한 논리로 기소했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조작 기소”라며 “항소 포기가 당연하지 않나”라고 공개 압박했다. 김 총리는 수사 검사들 감찰도 법무부에 주문했다.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해서는 안될 발언들이었다”며 “검찰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내렸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차장검사도 “검찰이 자체적인 법리 검토를 했다 해도 공개적인 압박에 굴복한 모양새가 됐다”며“대장동 항소 포기에 이어 또 ‘정권 눈치 보는 검찰’이라는 이미지가 누적됐다”고 아쉬워했다.

검찰이 허위사실 적시를 처벌하는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항소함에 따라 미력하나마 진상 규명의 가능성은 열어뒀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재판부는 피고인 전원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씨의 월북 여부에 대해 판단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상급심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던 정부 발표의 진위를 추가적으로 다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씨 유족 측 변호인은 “정성호 장관에 공소 취소를 요구한 박 의원을 구하기 위한 부분 항소”라며 반발했다. 앞서 유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항소 포기는 국가가 스스로 국민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유족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기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7일 김민석 국무총리와 박철우 중앙지검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김성진.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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