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을 세우고, 예산 편성권까지 쥔 ‘공룡 부처’ 기획재정부가 2008년 출범 이후 18년 만에 문을 닫았다. 앞으로는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을 할 재정경제부(재경부)와 재정과 미래 설계를 맡는 기획예산처(기획처)로 분리해 운영한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지만 난관도 적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재경부가 2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출범식을 열고 업무를 시작했다. 신설하는 재경부는 예산을 제외한 기존 기재부의 업무를 거의 이어받는다. 경제 정책의 수립·조정, 세제, 외환, 국고, 국제금융 등이다. 기존 기재부 수장이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계속 부처를 이끈다. 조직은 기존과 같은 2차관·6실장 체제로 출범한다.
혁신성장실과 국고실이 신설됐다. 혁신성장실은 인공지능(AI) 등 전략 산업과 통상 대응, 전략적 투자 지원 등을 담당한다. 신설한 인공지능경제과∙녹색전환경제과 등도 산하에 배치했다. 구 부총리는 “지금 우리 앞에는 ‘잠재성장률 반등, 경제 대도약의 원년’이라는 쉽진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며 “지난해가 회복에 집중한 시기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해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처도 오전 8시 30분 정부세종청사 5동 정문 앞에서 현판식을 갖고 출범을 알렸다. 기획처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신설되는 만큼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총리는 “기획예산처는 미래 사회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가 발전전략 수립, 예산 편성, 재정 관리 등 국정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처 차관은 기재부 2차관이던 임기근 차관이 맡는다. 임 차관은 기획처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장관 직무대행도 맡는다. 임 직무대행은 “멀리 보면서도 기동력 있는 조직이 될 것”이라며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안을 고민하고 궁리하는 조직이 되겠다”고 말했다.
기획처는 1차관·3실장 체제로 운영된다. 예산 편성과 중장기 국가 전략 수립이 핵심 업무다. 1급 조직은 기획조정실∙미래전략기획실∙예산실 등으로 구성된다. 국가 장기 과제를 설계할 신설 미래전략기획실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초대 미래전략기획실장은 강영규 기재부 재정관리관이 맡는다.
분리된 두 부처가 앞으로 어떻게 정책적 균형을 만들어가는 지가 관건이다. 예컨대 경제 전략만 해도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예산과 세제 또한 교집합이 적지 않은데 부처 간 칸막이가 생겼으니 최소한의 정책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할 전망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동반자인 동시에 엄밀히 경쟁자가 됐으니 각종 이슈를 두고 어느 정도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는 예산을 떼고도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게 과제다. 올해는 구 부총리가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있는 AI 분야에서 리더십과 구체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만간 발표할 2026년 경제성장전략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획처는 당장 장관 자리부터 채워야 한다. 이혜훈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지만, 과거 폭언·갑질 논란이 확산하면서 험로가 예상된다. 자칫 낙마한다면 장관 공석은 2월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획처 관계자는 “(낙마 같은) 시나리오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