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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사고 '나이롱 환자' 가르는 기준은 8주? 한의계 "필사의 항쟁"

중앙일보

2026.01.0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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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이른바 '8주 규칙'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진행하는 박성우 서울특별시한의사회 회장(왼쪽)과 오명균 강원특별자치도한의사회 회장. 사진 대한한의사협회
금융 당국이 자동차사고 경상 환자의 8주 이상 장기 치료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자 한의계가 반발하고 있다. 보험금 누수를 막고 자동차 보험료 인상 요인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인데, 한의사들은 사고 피해자의 치료 기간을 사실상 8주로 제한하는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은 자동차사고 경상 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희망할 때 장기 치료 필요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부정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감독원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 사전예고. 사진 금감원 홈페이지
개정안은 상해 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진단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손해배상의료심사위원회의 검토·심의를 거치도록 한다. 심의에서 정한 기간을 초과한 치료비는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보험사가 피해자와 조기 합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해 온 '향후 치료비'는 중상 환자(1~11급)에 한해 지급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다음 달 8일까지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등 4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친 뒤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관절·근육의 긴장·삠(염좌) 등 비교적 경미한 상처를 입은 환자의 과잉 진료나 장기 치료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지난해 2월 국토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경상 환자에게 지급되는 치료비의 최근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9%로, 중상 환자(연 3.5%)보다 2.5배 이상 높았다. 경상 환자의 치료비는 2023년 한 해에만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해 '향후 치료비' 규모는 치료비를 웃도는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손해보험 3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 치료비는 약 5146억원으로, 이 가운데 한방 치료비가 4131억원(80.3%)을 차지했다.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의 치료비 지출이 한방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개정안을 두고 한의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개정 절차에 난항이 예상된다. 금감원의 세칙 개정은 애초 지난해 9월을 목표로 했으나 한의계 등의 반발로 개정 시점이 약 3개월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자동차손배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궐기대회를 여는 등 개정안의 폐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해왔다. "경상 환자의 통상 치료 기간을 8주로 설정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석희 한의협 홍보이사는 "임상 현장에서 보면 치료 기간이 8주가 넘는 환자는 정말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며 "관계 당국에 의견을 제출하고 필사의 항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성찬 한의협 회장도 지난해 9월 국토부 정책토론회에서 "교통사고 경상 환자의 치료를 8주 이내로 제한하면 치료비 절감 효과는 극히 미미하지만 사고 피해자가 충분히 진료받을 권리만 제한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성찬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한의사 주치의를 맡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나이롱 환자(가짜 환자)' 때문에 전체 가입자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인 만큼 부당한 누수를 막고 진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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