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세상의 속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세상의 빠른 흐름 속에서 책은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고, 때로는 미래를 엿보는 창이 되곤 한다. 이를 기대해 볼만한 신간이 올해도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올해는 백범 김구 탄생 150주년. 8월 출간 예정인 『백범 김구 연보』(도진순 지음, 돌베개)는 백범이 남긴 모든 글과 사진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사실을 고증하는 점에서 사료로서도 눈길을 끈다.
4월 출간 예정인 『윤동주, 오래된 노트와 시간』(김신정 지음, 사계절)은 단 한 권의 시집 외에 윤동주가 남긴 두 권의 습작 노트에 주목해 이 시인을 새롭게 조명하려는 책. 지금 현재의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책으로는 『고속노화사회』(이병규 지음, 다산북스), 청년 세대의 멘탈리티에 초점 맞춘 『손절사회』(가제, 이승연 지음, 어크로스) 등이 예정돼 있다.
세계적 저자의 책도 여럿 기대를 모은다. 하반기 출간 예정인 『위대한 리더십은 어떻게 탄생하는가』(김영사)는『총, 균, 쇠』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신작. 역시 하반기 출간 예정인 『자유주의』(생각의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권력과 진보』로 낯익은 대런 아세모글루의 신작이다.
2월 출간 예정인 『어메이징 제너레이션』(가제, 웅진 )은 전작 『불안 세대』로 큰 관심을 부른 조너선 하이트가 공저한 후속작. 100세가 머지 않은 비판적 지식인 노엄 촘스키가 밀레니얼 세대 좌파 네이선 J 로빈슨과 함께 쓴 『미국 이상주의의 신화」(메디치미디어)도 연내 나올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양국 관계는 격변하는 세계의 주요 관심사. 2월 출간 예정인 『돌진: 공학 국가 중국, 로펌 국가 미국』(가제, 댄 왕 지음, 웅진)은 '공학자의 나라 중국' '변호사의 나라 미국'이라는 새로운 틀로 양국을 분석해 지난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책이다.
백인 이주민 아니라 선주민의 관점에서 미국사를 조명한 『아메리카의 재발견』(네드 블랙호크 지음, 책과함께), 대공황의 여파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조명한 『1929: 역사상 최악의 버블 붕괴, 대공황은 어떻게 시작해 무엇을 남겼나』(앤드류 로스 소킨 지음, 웅진) 역시 최근 미국에서 출간되어 호평을 받은 책이다.
『진짜 혁명은 왜 고요한가』(가제, 갈 베커만 지음, 어크로스)도 흥미를 부른다. 근대 이후 세계사에서 느리고 조용하되 커다란 변화를 이뤄낸 일들을 주목한다. 『골리앗의 저주』(루크 켐프 지음, 까치』은 문명을 몰락시키는 8가지 핵심 요인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오만한 인류』(크리스틴 웹 지음, 부키)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비판하며 다른 종들의 지능·감정·문화적 복잡성을 새롭게 조명한다.
인공지능(AI) 열기는 서점가에도 계속될 전망.『AI의 제국』(카렌 하오 지음, 생각의힘)은 챗GPT로 널리 알려진 오픈AI의 민낯을 심층 취재한 책. 『딥 유토피아』(까치)는 『슈퍼 인텔리전스』로 일찌감치 AI에 대한 경고를 던졌던 닉 보스트롬의 신작인데, 전작과 달리 장밋빛 미래를 그려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래 학교』(가제, 어크로스)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8년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AI시대에 무엇을 준비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지 담아낼 예정이다. AI 이전에, 월드 와이드 웹을 무료로 공개했던 팀 버너스-리의 『모든 인간을 위하여』(생각의힘)도 나온다.
일반 과학서 역시 다채롭다. 『살아 있는 모든 것』(제이슨 로버츠 지음, 아르테)는 미국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생물학의 아버지' 린네와 뷔퐁 얘기다. 『화성에 도시를 세우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알에이치코리아)는 우주 정착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검토와 함께 우주에서의 출산, 농업, 정치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3월 나란히 출간 예정인 『수학의 유희』(마틴 가드너 지음, 아르테)와 『사고의 유희』(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지음, 아르테)는 저자들의 명성이 눈길을 끄는 칼럼집이다.
각 전기의 주인공이 둘 다 올해 별세 50주기인 『저우언라이』(천젠 지음, 21세기북스)와 『범죄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이야기』(루시 위즐리 지음, 위즈덤하우스)는 1월 중 나올 예정. 『신영복 전집』(전11권, 돌베개)은 저자의 별세 10주기에 맞춰 나온다. 탄생 120주년인 한나 아렌트는 대표작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길사)의 개정판과 사후 출간된 『정치의 약속』(제롬 콘 엮음, 한길사)이 나온다. 지난해 출간이 예고된 전기 『말하라, 침묵이여-W.G. 제발트를 찾아서』(캐럴 앤지어 지음, 글항아리)도 1월 중에 나온다. 정선 탄생 350주년에 때맞춰 나오는『겸재 정선』(유홍준 지음, 창비)은 화인열전 시리즈의 전면 개정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