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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걸림돌 제거해야" 한동훈 징계 시사…당내선 "실망감"

중앙일보

2026.01.02 00:47 2026.01.0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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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전 대표의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무감사위원회가 한 전 대표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뒤 나온 첫 공식 입장이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선(先) 자강론’을 굽히지 않았다.

장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한다”며 “그 걸림돌을 먼저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어떤 걸림돌은 당원과의 관계에 있어 해결해야 할 당사자가 있다.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와 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이날 11차례 ‘걸림돌’을 언급했지만 그 대상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지도부 인사는 “한동훈 전 대표를 지칭한 것”이라며 “당원 게시판 문제와 관련해 당원들의 상처를 해소하는 후속 조치가 없다면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위원장 이호선)는 지난해 12월 30일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내용의 당원 게시판 사건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중앙윤리위에 이 사건을 회부했다. 다른 지도부 인사는 “장 대표가 1월 중에는 윤리위원장을 선임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다만, 장 대표 주변에선 “한 전 대표가 사과할 경우 징계 문제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 등과의 ‘범보수 통합론’에도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지금은 국민의힘의 힘을 키우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하는 게 맞다”며 “선거 전에 연대나 통합을 말하면 자강과 확장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요구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장 대표의 공개 사과와 관련해선 “저는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고 찬성 표결을 했다. 정치적 의사 표명이 명확하게 이뤄 진 것”이라고만 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1년 때와 마찬가지로 ‘사과’, ‘송구’, ‘죄송’ 등 명시적 사과의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이다. 장 대표는 “입장을 반복해 묻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계엄을 과거 일로 묻어두고 통합과 미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쇄신 방향에 대해선 “가장 중요한 건 인적 쇄신”이라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새 인물들로 파격적 공천 혁신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외연 확장 등 당 운영 방안과 지방선거 전략에 관한 조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장 대표는 2일 오전에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해 약 50분 간 환담했다. MB는 당 쇄신과 외연 확장과 관련해 “항상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수구 보수가 돼서는 안 된다. 그건 퇴보”라고 조언했다. 또 “지금 이재명 정부, 더불어민주당 권력이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도움되지 않는다”며 “지금 107명 국민의힘 숫자는 결코 작지 않다. 똘똘 뭉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계획에 없었지만 장 대표가 지시해 마련됐다고 한다. 당 안팎에선 전날 오세훈 시장이 신년 인사회에서 요구한 당 기조 변화에 대한 맞불적 성격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전날 장 대표를 향해 ‘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한 전 대표와 이준석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범보수 대통합을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가 오 시장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한 것”이라며 “선거에서 파격적 공천을 한다는 것도 오 시장을 겨냥한 발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장 대표의 변화를 기대하던 당내에선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당 지도부 인사)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장 대표 측은 “새해엔 외연 확장과 당 쇄신을 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지금 봐서는 강성 지지층 위주의 노선에서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재선 의원은 “오늘(2일) 메시지만 놓고 보면 계엄 사과를 회피한 채, 한 전 대표는 찍어내고, 이준석 대표와는 따로 가겠다는 것 아니냐”며 “외연 확장은커녕 내부 분열만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한 것은 결국 보수가 분열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징계를 강행한다면 친한계 반발이 불가피하다. 안 그래도 불리한 선거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남권 재선 의원은 “당이 죽음의 늪에 빠졌다”고 우려했다.

당내에선 당무감사위 결과까지 나온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사과 대신 진실공방을 벌이는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전 대표가 당원 게시판 문제를 사과하는 대신 장 대표도 더 이상 이를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절충론이다. 영남 지역 의원은 “한 전 대표가 가족들이 쓴 글이 있다고 인정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해 당원들에 사과해야 한다”며 “그래야 장 대표 역시 정치적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규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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