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
"양이야? 말이야?"
"어머 말이네~!"
2026년 말의 해(병오년)를 앞두고 특별한 말들이 모여있다고 해서 찾아간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할머니와 엄마 손 잡고 나들이 나온 세 살 꼬마 아이가 당근을 내밀자 말들이 모여든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망아지가 세 살 꼬마보다 키가 작다.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큰 강아지만 하다.
이곳 '작은 말' 체험 농장에 사는 말들은 다 자란 어른 말이 보통 경주마 체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아메리칸 미니어처 홀스'다. 미국에서는 보통 3대에 걸쳐 5년 정도 자란 어른 말의 키(어깨까지 높이)가 32인치보다 작을 때 '미니어처 홀스'로 인정한다.
농장을 운영하는 송대근(48) 대표는 13년 전 처음 미국에서 이 말들을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취학 아동의 체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체구가 작은 말의 이점을 살려 한 번에 4~6마리씩 트럭에 싣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출동해 아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타볼 수 있도록 한다. 어떤 동물이든 살아있는 생명과의 교감은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하물며 인간과 유대감이 깊은 말을 쓰다듬고 타는 행위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인 목적은 물론, 선생님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작은 말은 보통 20개월 이상 된 아이부터 탈 수 있지만, 말이 힘들 수 있어 몸무게 제한을 두고 있다. 작아도 말은 말이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말이 예민하거나 때로는 성질도 낼 수 있다. 체험 행사 중에는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농장에서부터 말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현재 50여 마리를 돌보고 있는 송 대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체험 교육 출장을 가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교육이 없을 때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농장에 풀어 놓는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교육사업에서 나온 수익 대부분을 작은 말들이 자연수명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데 투자하고 있다. 6년 전에는 제주도에 터를 잡고 황무지를 개간해 말들이 좋아하는 풀의 씨를 뿌려 넓은 목초지를 조성했다. 이곳은 교육에서 은퇴한 말들이 여생을 보내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적응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작은 말 케어 센터'다. 보통 50여 마리 중 절반 정도는 포천에서 아이들 체험 교육에 투입되고, 절반은 제주에서 생활하는데, 겨울철 혹한기에는 대부분 제주도로 이주시켜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게 한다.
말의 수명은 보통 30년 정도로 알려졌지만 자기 수명대로 사는 말은 드물다. 송 대표는 "한평생 인간을 위한 삶을 살다 가는 말의 말년은 대부분 쓸쓸하다"며 "쓸모가 없어지면 고기로 팔려 나가거나 분쇄 후 폐기 처분되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송 대표는 이어 "반려견처럼 말들도 존엄한 죽음을 위해 장의 시설이나 추모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최소한 제가 보살피고 있는 작은 말들과 제주도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