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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채 '팬데믹급'으로 찍어냈다…AI가 키운 부채 파도

중앙일보

2026.0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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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코로나19 시기와 맞먹는 규모로 불어났다. 차입 확대가 자칫 기업 신용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은 약 1조7000억 달러(약 2452조원) 규모의 투자 등급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당시 기록(1조8000억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AI 관련 회사채가 투자등급 회사채 순발행액(상환분 제외 기준) 가운데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미국 채권 담당 책임자인 에린 스팔스버리는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올해 더 많은 채권 발행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선 올해 회사채 발행액이 최고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JP모건은 AI 분야에서 2030년까지 1조5000억 달러(약 2163조원)의 차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채권담당 책임자 댄 미드는 “투자 등급 채권 발행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3년간 매년 1조 달러가 넘는 채권 만기가 도래하고, 인수합병(M&A) 거래가 활발해 대규모 채권 발행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채도 늘고 있다. FT는 미국 IT 기업들이 1200억 달러(약 174조원) 이상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조달해 재무제표에 직접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술 업종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한데, 재무제표 밖에서 이뤄질 경우 잠재적 위험의 크기를 알기 어렵고 AI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할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투자자는 AI 붐이 기업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헤지(위험 회피)'에 나섰다. 미국중앙예탁청산기관(DTCC)에 따르면, 미국 테크 기업과 연계된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량이 지난해 9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약 90% 증가했다. CDS는 기업이 채무 불이행에 빠질 경우 투자자가 보상금을 받는 파생상품으로,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특히 오라클의 채권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스프레드는 지난해 12월 초 1.28%로 올랐다. 2009년 이후 가장 높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오라클 주가는 지난해 말 194.91달러에 마감했다. 두 달 전보다 26% 급감했다. 지난해 9월 오픈AI와 약 300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계약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후 서버 구축 역량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닷컴 버블’을 예견했던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탈 회장은 최근 “AI 과대광고가 수익도 없는 기업에 대한 위험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며 “사람들은 성공 확률은 낮지만 어쩌면 큰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복권 심리’와 같다”고 짚었다.

하지만 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낙관론도 여전히 우세하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AI 버블과 수익성 악화 논란은 ‘옥석’ 판별의 기회”라고 진단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 상승 흐름을 본격적인 거품 국면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상승 국면일수록 자산과 지역 간 성과 차이를 따져 선별적 투자와 포트폴리오 분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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