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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50만원 버는 사장, 이게 현실…1년새 편의점 900곳 닫았다

중앙일보

2026.01.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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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픈 ‘편의점 블루스’ 시즌2

경기도 파주의 한 편의점. 가게 안에 대형 TV를 들여놓는 등 차별화를 시도하며 손님 모시기에 나섰지만 불경기에 따른 매출 감소는 피해갈 수 없었다. 김홍준 기자
이 편의점에는 TV가 있다. 점주가 들여놨다. 그런데 어째 썰렁했다. “맞아요. 손님이 줄었어요.” 지난해 12월 28일 경기도 파주의 A편의점. 점주 이환우(48)씨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편의점에선 노인 한 명만 TV 화면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편의점은 국내에서 가맹점 수가 가장 많은 업종. 온갖 경제지표가 그 진열대에 가득하다. 물가와 소비심리의 최전선이다.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건비에 고용의 질이 갈리고 고금리 대출금이 점주를 억누른다.

지난해 1월 4일자 ‘편의점 블루스’의 지면.
2025년 편의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지난해 중앙SUNDAY는 신년 특집으로 ‘편의점 블루스’를 게재했다. 이 사장과의 대화로 그 시즌2가 시작됐다.

“편의점주 수입 최저임금 수준도 안 돼”

Q : 근처에 편의점이 몇 개 더 있더군요.
A : “7년 전 제가 먼저 개업했어요. 꽤 잘 됐죠. 다른 편의점 점주들이 와서 ‘같이 살자’고 하더라고요. 제가 ‘힘들 수도 있다’고 했어요. 결국 3년도 못 버티고 한 곳은 폐업했고 다른 한 곳은 폐업 고려 중이라더군요.”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4사 기준) 수는 5만4780개. 한식(5만4400개)을 근소하게, 치킨(3만1400개)은 멀찍이 따돌리고 가맹점 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년에 비해 48곳이 줄었다. ‘고작’ -0.09%지만, 충격은 크다. 1988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편의점이 들어선 이후 첫 감소였기 때문이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이미 2017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편의점 수가 2022년엔 5만3800점으로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예측했고, 시장은 이미 CU와 GS25 톱2 체제로 재편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편의점은 더 줄었다. 편의점 톱3를 대상으로 한 산업통상부의 매달 ‘유통업체 동향’에 따르면 점포 수는 2024년 12월 4만8722개에서 지난해 11월엔 4만7826개로 896곳이나 줄었다. 내수 부진에 점포 수가 줄면서 편의점 업계 매출은 지난해 1분기에 분기로는 사상 처음 역성장(-0.4%)한 뒤 2분기(-0.5%)까지 부진했다. 영업이익에서도 CU는 1분기 -30.8% 2분기 -8.9%를, GS25는 -34.6%와 -9.1%를 기록, 톱2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분기엔 편의점 업계가 다시 성장세로 바뀌었지만 이는 ‘소비 쿠폰’이 살렸다는 게 중론이다. 이 사장은 “그나마 잘 된다는 나도 무척 힘들다”고 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Q : 요새 얼마나 법니까.
A : “하루 매출이 100만원 정도입니다. 1년 전엔 200만원 정도였는데 . 2년 전 250만원에 비하면 40% 수준이죠.”


Q : 월 매출로 따지면 3000만원인데요.
A : “상품 원가로 70% 정도 나가요. 거기에 부가세, 월회비(가맹점비), 전기세(료)·수도세에 보험료·인건비·월세 . 무시무시하죠 ?(웃음) 그래서 제게 남는 건 한 달에 150만원가량입니다. 이 정도면 접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사장의 얼굴은 웃음기에서 금세 울상으로 바뀌었다. 그는 “이래서 편의점 점주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는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편의점 세계에서 하루 매출 100만원 이하면 안 되는 거고, 200만원까지는 그럭저럭, 300만원이면 잘 된다고 한다. 이 사장이 “접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물론 매장마다 여건이 다르다.
 자정께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에 손님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야근하며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왔다"고 했다. 김홍준 기자

“편의점에서 사활이 달려 있는 지출은 인건비와 임대료죠.”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은평구의 B편의점. 점주 김모(55)씨는 알바생과 ‘근무 교대’를 막 마쳤다.


Q : 임대료는 어떤가요.
A : “근처 다른 편의점에 비해 20%는 적은 것 같아요. 12년간 20만원씩 두 차례만 올려 240만원가량입니다. 임대인이 ‘대신 공실 만들지 말고 오래 하라’더군요. 다행이죠. 자신 소유 건물에서 운영하면 최고이고, 저처럼 임대료 조금이라도 덜 내면 차상, 임대료에 허덕이면 차악, 본사에서 임대까지 해주면 최악이라고들 하죠.”

지난해 기준 서울시 점포의 월평균 임대료는 450만원 수준. “서울이라도 은평구 외진 곳이라 그보다 훨씬 적은 것”이라고 김 사장은 말했다.


Q : 인건비 부담은요.
A : “고민은 되지만, 알바생 5명에게 일을 시킨 만큼 지출(월 600만원)하는 게 맞죠. 그래야 점주로서 당당하죠. 저까지 포함해 월 120만원 지출하는 4대 보험료가 더 부담되더라고요.”

김 사장 의도와 달리 인건비 부담은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지난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106만1100명에 달했다. 2년 연속 100만 명을 넘었다. 2015년 29만6300명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그중 68.9%(73만1000명)가 60세 이상이었다. B편의점 5명의 알바생들이 해당하는 30세 미만은 17만9200명(16.9%)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마침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을 중장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IMF는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뜻하는 ‘카이츠지수’가 35%를 넘는 국가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고용주들은 인건비를 아끼려 고용 시간(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카이츠지수는 지난 6년 연속 60%가 넘었다.
새벽 5시 문 닫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 편의점. 2024년 기준 GS리테일의 편의점 중 23.6%가 심야(새벽 1시~6시)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2020년엔 16.7%였다. 김홍준 기자

인건비 부담은 편의점의 ‘덕목’ 중 하나인 24시간 운영 폐지를 부르기도 한다. 편의점 네 곳 중 한 곳(GS리테일 2024년 기준 23.6%)이 심야 운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 사장은 “24시간 영업을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


Q : 왜 그런가요.
A : “주택가라서 새벽에도 손님이 있거든요. 담배·술·도시락 등 밤에 파는 상품이 많이 남는 편입니다. 요 앞의 다른 편의점은 인건비 때문에 24시간 영업을 접었지만요.”

파주의 이 사장도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다. 지방도로변의 한적한 곳이라 해가 지면 손님이 뚝 떨어진다. 그런데도 그가 편의점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Q : 7년을 버티고 있네요.
A : “근처 근로자들이 많이 왔어요. TV를 들여놓은 건 서비스입니다. 편의점도 차별화가 필요하죠. 그래야 손님 한 명이라도 더 오고, TV 보면서 상품 하나라도 더 고르게 되거든요. 식품도 폐기를 각오하고 많이 갖다 놓습니다. 버리는 것보다 판매 기회를 놓치는 게 더 아깝습니다. 제가 들여놓은 양주를 사러 멀리 인천에서도 올 정도입니다. 그렇게 버텼죠.”


Q : 그런데 하루 매출이 100만원으로 뚝 떨어졌군요.
A : “근로자가 많이 줄었어요. 공장과 가게 폐업이 늘었거든요. 근처의 감악산 출렁다리나 낚시터를 찾는 사람들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요.”

이 사장 말대로 2024년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 전년(98만6487명)보다 2만1795명 늘며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겼다.

전문가 “내수 진작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Q : 상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는데.
A : “삼겹살이 99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올랐어요. 일부 아이스크림 가격은 4800원에서 5900원으로 인상됐고요. 상품값이 올랐다면 매출액도 올라야 하는데 반대로 떨어지니 힘든 거죠.”
2026년 벽두부터 편의점의 일부 자사 브랜드(PB)제품 가격이 올랐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셀렉트 누네띠네’가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랐다. ‘착한콘칩’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고메버터팝콘’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각각 20%, 11% 인상됐다., GS25의 PB 상품인 ‘위대한소시지’ 2종 가격이 2600원에서 2700원으로 100원(3.8%), 영화관팝콘과 버터갈릭팝콘도 각각 1700원에서 1800원으로 100원(5.8%) 올랐다. 김홍준 기자

편의점 자체브랜드(PB) 제품은 가성비로 통한다. 그래서 가격 인상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한 편의점 본사에선 올해부터 PB 제품 40여 개 가격을 최대 25%까지 올렸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과 고물가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은 편의점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상품 가격을 밀어 올리고 소비 위축을 불러 고용 불안정을 심화할 수 있다”며 “이 과정이 악순환하면서 경기에 타격을 입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1%. 하지만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집계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이보다 0.3%포인트 높은 2.4%다. 체감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수입선 다변화, 유류세 인하 등 세제 혜택, 투자를 통한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내수 진작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6000달러에 수출 7000억 달러 ? 다른 나라 얘기 같아요.” 이 사장의 한숨이 날씨처럼 차가웠다.







김홍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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