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갈 시간이 없었는데 마침 지인이 소개해줘 제 오피스텔에서 링거를 맞았어요. 하지만 그땐 불법인지 몰랐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모(32)씨는 얼마 전 거듭된 야근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출장 링거’를 맞았다. 회사 동료가 친분이 있는 의사라고 소개를 해줬고 “연예인들도 종종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지갑을 열었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출장 서비스를 받은 김씨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불법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된 ‘주사이모’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병원 밖 의료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더해 대리 처방, 불법 의약품 유통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고 이에 경찰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이런 병원 밖 의료행위는 단지 연예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일반인들 사이에도 암암리에 퍼져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있음에도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은 사후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실제로 현장에선 단속과 처벌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방치돼 온 게 현실”이라며 “설령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단속의 실효성도 매우 낮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주사이모’ 파문 이후 합법성 논란은 반영구 화장이나 문신, 안마 등 유사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반영구 화장의 경우 종사자만 60만 명, 시술 경험자도 17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대중화된 지 오래다. 하지만 현행법상 자격이 없는 사람의 시술은 명백히 불법임에도 단속은 드물고 SNS에는 관련 정보나 이용 후일담 등 게시물이 수십만 건이나 노출돼 있는 상태다.
10년째 반영구 시술을 해온 허모(45)씨는 “손님들은 불법이란 위험성보다 편의성을 먼저 생각한다”며 “병원에 가기엔 번거로운 상황에서 ‘다들 하는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건 의료가 아니라 뷰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불법이 일상화된 채 합법과 불법의 경계마저 모호해진 ‘의료 회색지대’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주변에선 “단속만으론 한계가 뚜렷하다”는 우려와 함께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관련법을 정비해 허용과 금지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택의료 등 합법적인 병원 밖 의료행위와 무자격 시술의 허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처벌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오동호 서울 중랑구의사회장은 “원칙과 예외의 경계가 불분명한 채 방치될수록 편의를 앞세운 병원 밖 의료행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의료법과 관련 규정을 서둘러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과 의료 소외지역 주민 등 재택의료가 합법화된 환자들의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실제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층의 병원 밖 재택의료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12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를 344곳으로 확대했다. 오 회장은 “도서 지역이나 외딴 시골 주민들에게도 재택의료는 꼭 필요한 제도”라며 “합법적인 재택의료의 효용성을 높이려면 재택의료의 기준과 책임 구조부터 명확히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공백과 모호성도 시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동찬 의료 전문 변호사는 “왕진과 재택의료는 의료법상 허용돼 있지만 범위 규정이 여전히 모호하다”며 “이 틈을 타서 유사 의료기관의 불법 시술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외를 두려면 원칙이 더 명확해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허용·금지 영역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숙랑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장은 “재택의료는 욕창이나 영양 관리 등 필수 간호가 동시에 진행돼야 효과가 있다”며 “기존의 장기요양 방문간호 시스템과 재택의료의 역할 분담과 연계 강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