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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춤 안 본다…대박 걸그룹 만든 중졸 대표 비결

중앙일보

2026.01.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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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 만든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 국적은 6개국(한국·중국·일본·대만·태국·베트남) 최연소·최연장 멤버 간 나이차는 9세다. [사진 모드하우스]
‘과연 진짜로 나올까. 나온다 한들 지속 가능할까.’

3년 전, 24인조 걸그룹이 데뷔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품었던 의문이었다. 트리플에스(triple S), 무려 24인조다. 블랙핑크·에스파(4인조)처럼 멤버를 적게 두는 게 최근 추세인데 이에 역행하는 흐름이었다. 가요계에선 제작 과정에서 엎어질 거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하지만, 이제 의문들은 지워진 상태다. 트리플에스는 ‘Girls Never Die’ 등 3곡을 차트 1위에 올렸고, 지난달에도 ‘크리스마스 얼론(Christmas Alone)’을 내는 등 순항 중이다.

모든 가수가 BTS·블랙핑크가 될 순 없어
무모해 보였던 프로젝트를 성과로 증명한 건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다. 그의 파격적 실험이 처음은 아니다. 7년 전에도 ‘100억원대 프로젝트’라며 화제를 모았던 이달의소녀를 제작한 전력이 있다. 매달 1명씩 데뷔한 뒤 1년 후 완전체 12인조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제작자로서의 생각을 눌러 담은 책 『기획의 감각』을 낸 그를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Q : 왜 24인조 걸그룹을 만들었나.
A : “팬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재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경우의 수가 가능한 레고 같은 팀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레고 블록이 4~5개 밖에 없으면 어렵지 않나. 24인조가 필요했던 이유다. 이 안에서 6~7명의 조합으로 다시 걸크러시 걸그룹을 만들거나, 5명으로 카라 같은 팀을 만들 수도 있다. 유닛 조합으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기존 그룹은 일단 센터 등 고정 역할이 주어지면 이후 흔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트리플에스는 다양한 유닛 활동 덕분에 기회가 많다. 이전에 잘 안 보였던 멤버가 이번에 두각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서사도 만들어진다.”


Q : 유닛은 어떻게 구성하나
A : “팬들이 참여하는 투표로 만든다. ‘코스모’라는 자체 개발 앱이 있는데 여기서 ‘그래비티(Gravity)’라고 부르는 투표를 통해 유닛 구성뿐 아니라 타이틀 곡, 티저 영상 선정 등 많은 것이 이뤄진다.”

트리플에스 정규 2집 ‘ASSEMBLE25’. [사진 모드하우스]
트리플에스는 지금까지 8인조 ‘러블루션(LOVElution)’를 비롯해 15개의 자체 유닛그룹을 만들어 음반을 냈다. 3년간 그룹 전체가 낸 음반이 26개다.


Q : 24인조인데다 음반 제작도 많다. 수익화가 가능한가.
A : “큰 문제가 없다. 코스모에서 ‘오브젝트(Objekt)’라고 하는 멤버 포토카드의 수집과 교환이 이뤄진다. 멤버들은 여기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공연이나 음반 판매 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이런 교환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4~5인조가 아닌 다인조가 필요했다. 음반 제작비도 코스모의 오브젝트 판매 등으로 회수하고 있다. 음반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이유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음반이 안 팔려도 트리플에스는 생존이 가능하다.”

트리플에스를 이해하는 데는 ‘문턱’이 있다. 독특한 세계관과 명칭을 부여해서다. 이런 실험적 시도는 자생력을 위해 팬덤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팬들의 재미와 참여를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한 장치들이다. 정 대표는 “아이돌 산업은 한 번의 ‘대박’을 쫓아서 뛰어드는 경우가 많지만 모두가 BTS나 블랙핑크처럼 성공할 순 없다”며 “트리플에스는 그런 좁은 확률에 기대지 않고도 시스템으로 지속가능한 걸그룹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태지컴퍼니·JYP엔터테인먼트 거쳐

Q : 책에서 “트리플에스는 처음부터 노래와 춤 실력은 보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했다.
A : “외모가 기본이지만 매력이 가장 중요하다.”


Q : 걸그룹 데뷔를 위해선 높은 수준의 춤과 가창력이 요구된다.
A : “그건 연습으로 갖출 수 있다. 트리플에스의 첫 번째 멤버(S1) 서연이는 춤과노래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지만, 매력 때문에 영입했다. 데뷔까지 9개월 걸렸다.”

정병기 모드하우스 대표. [사진 모드하우스]
모드하우스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정 대표는 1979년생. 가요계 제작자 중 젊은 축에 속하지만 음악 산업에 뛰어든 지는 제법 오래됐다.


Q : 음악 산업은 어떻게 시작했나.
A : “2000년대 초반 서태지컴퍼니에서 사원으로 일했던 게 시작이다. 거기서 음악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웠다. 이후 JYP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 원더걸스, 2PM 등의 제작에 참여했고 그 외에 러블리즈, 인피니트, 헤이즈 등의 음반을 만들었다.”


Q : 최종 학력이 고교 중퇴다.
A : “사고를 친 건 아니었고(웃음), 학교에서 더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의 치기였지만 이후 주변에 잘 생긴 음악하는 친구들을 모은 뒤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서 5인조 고등학생 밴드를 만들었다. 혜화동의 소극장을 빌려서 공연도 했다. 그때는 좋은 밴드를 만들면 곧 가요계 데뷔도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렇진 못했다.”


Q : 서태지컴퍼니에선 어떻게 일하게 됐나.
A : “90년대 후반부터 PC통신(하이텔)에 음악에 대한 글을 많이 올렸는데, 거기서 조금 주목받게 되면서 연락을 받았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A : “보이그룹을 낼 계획이다. 아이덴티티(idntt)라는 그룹이다. 이번에도 24인조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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