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해 많은 국민이 새롭게 다짐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건강에 관한 약속이다. 초고령사회가 되고 초유의 의정 사태를 겪으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지난해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현재 겪고 있는 인생 위기는 ‘나의 건강 문제’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현재 인생 목표도 ‘자신의 건강한 삶’이 1위였다. “금연하겠다” “다이어트하겠다” “운동하겠다” “가족들과 잘 지내겠다”고 다들 한 가지씩은 다짐할 것이다. 중대한 치료가 막 끝난 환자의 경우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건강에 관한 생각이 더 절실하다. 하지만 다들 걱정하면서 겪는 작심삼일! 건강이 소중하기에 다짐했지만 쉽지 않다. 치료 동안에는 금연했다가도 치료가 끝나자마자 흡연하는 환자들도 있다. 생각하고 약속했다고 바로 실천할 수 없고, 실천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은 습관을 만드는 뇌 회로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작심삼일’은 당연하다.
사랑·봉사, 건강회복 에너지원으로 작용 행동 변화를 연구한 프로체스카는 ‘변화의 단계’를 제시했다. ▶가까운 미래(6개월 이내)에 행동 변화 의사가 전혀 없는 고려전 단계, 가까운 미래에 행동 변화를 할 의사가 있는 고려 단계 ▶가까운 시간(1개월 이내)에 행동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준비 단계 ▶행동 변화를 시작해 실천하는 실행단계 ▶새로 시작한 행동을 일정 기간(6개월 이상) 지속하는 유지단계 ▶재발하거나 종결하는 단계의 6단계이다.
필자는 주로 암 치료가 끝난 후 건강 증진과 함께 질병의 조기 진단과 관리를 위한 클리닉을 운영한다. 환자분들에게 ‘전인적 건강경영 평가’를 하면서 현재의 인생 위기와 인생 목표도 적도록 하고 암 치료 후 건강 및 삶의 질 향상 계획을 세워 드린다. 인생 위기는 재발의 두려움, 인생 목표로 건강 회복, 긍정적 성장, 내면 성숙, 자존감 회복, 기여하는 삶 등을 적어내는 환자들이 많다.
인생 위기 생각과 인생 목표 세우기는 건강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삶의 목표가 있는 사람,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모두 건강과 삶의 질이 더 좋으며 사망률도 감소한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긍정이 긍정을 낳는다”는 말은 질병에서 벗어나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난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성장하기에 건강을 회복한 후에는 질병에 걸리기 전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있지만 ‘외상 후 긍정적 성장(post-traumatic positive growth)’도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연구팀과 함께 장기 생존이 어려운 폐암 경험자 809명에게 외상 후 긍정적 성장을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5년 생존율을 분석했다. 암으로 인해 불안한 환자는 2.1배 더 사망 위험이 높았지만, 암이라는 정신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성장한 환자는 사망률이 60% 낮았다. 긍정적인 생각은 위기 속에서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질병이라는 부담에 짓눌려 있기보다는 성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면, 질병을 겪은 이후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지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성장해 더 건강해질 수 있을까. 첫째, 질병에 대해 공부한다. 자신의 병을 제대로 알수록 재발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질병에 대해 잘 모르기에 막연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두려움은 느끼기 때문이다. 둘째, 감정을 표현한다. 분노·슬픔·두려움 등의 감정이 들 때는 묵혀 두기보다는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빨리 벗어나는 방법이다. 다만, 이해해 줄 수 있는 의료진과 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셋째, 밝은 면을 찾아본다. 그림자가 있다면 빛이 존재하듯이 아무리 불행한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의미를 찾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새해 3일째, 단 5분이라도 건강행동 실행 “독버섯처럼 퍼진 두려움이 문제지.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 영화 ‘명량’에서 12척의 배로 300여 척의 적군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성웅 이순신 장군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모든 것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될 때라도 뭐라도 한 가지를 시작한다면, 그다음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새해 삼 일째, 오늘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라도 단 5분 만이라도 건강 행동을 실행해 보자.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말며 계속하다 보면 어느 날 습관이 된다.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에 나오는 말처럼 “두려움을 극복하고 움직이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서울의대 교수이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 전문의이다. ‘연명의료결정법’ 법제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삶이 의미를 잃기 전에』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 『습관이 건강을 만든다』 『명품건강법』 등 다수의 저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