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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보다 무거웠던 시간… 논란과 낙인 넘어 끝까지 빙판을 지킨 김보름의 은퇴

OSEN

2026.01.0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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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인환 기자] 김보름이 결국 스케이트를 내려놓는다. 길고도 버거웠던 현역의 시간을 스스로 정리했다.

깁보름은 지난달 30일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퇴를 공식화하며 얼음 위에서 보낸 세월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김보름의 시작은 11살이었다. 막연한 동경으로 처음 밟은 빙판은 어느새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으로 이어졌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볐다.

결과의 화려함보다 과정의 무게가 더 컸던 순간도 적지 않았지만, 끝내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게 그의 회고다.

기록은 분명하다. 2014 소치, 2018 평창, 2022 베이징까지 세 차례 연속 동계올림픽 출전.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은 한국 장거리 종목의 경쟁력을 세계에 각인시킨 장면이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0m 금메달, 같은 해 강릉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우승 역시 김보름의 이름을 대표하는 성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김보름의 선수 인생은 메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경기 직후 중계 과정에서 나온 캐스터와 해설자의 발언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고, 단정적인 해석은 순식간에 여론을 한쪽으로 몰아갔다.

김보름은 ‘왕따 주행’의 주도자라는 낙인을 떠안았고, 비난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논란은 정부 차원의 특정 감사로까지 번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왕따 주행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김보름은 심리 치료를 병행하며 긴 시간을 버텨야 했다. 한순간의 해설 멘트가 선수 개인의 삶과 커리어 전체를 뒤흔든, 한국 스포츠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장면이었다.

이후에도 싸움은 이어졌다. 김보름은 자신이 오히려 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히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2020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3년 5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빙판을 떠나지 않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5위로 경쟁력을 증명했고, 2023-2024시즌까지 국가대표 자리를 지켰다.

여론의 낙인과 논란, 심리적 후유증 속에서도 다시 얼음 위에 섰다는 사실은 김보름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김보름은 은퇴 소감에서 이제 속도를 늦춰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운동을 통해 배운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다른 무대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끝까지 응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때의 해설과 여론이 만든 거센 파도를 견뎌낸 뒤 끝까지 빙판을 지켜낸 선수. 김보름이라는 이름은 한국 빙속 장거리의 한 시대를 상징하는 기록으로 남게 됐다.

/[email protected]


이인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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