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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엔 아버지, 4층엔 아들…40년 제복 벗는 총경의 특별했던 1년

중앙일보

2026.01.03 12:00 2026.01.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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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빈준규(오른쪽) 총경과 아들 빈운성 경감이 승진 임명장을 들고 경기 수원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동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빈운성 경감

지난해 12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 본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빈준규(61) 112치안종합상황실장(총경)은 가족들이 준비한 퇴임 기념 현수막 가운데 서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빈 총경은 지난해 경찰 임용 10년 만에 경감으로 승진한 아들 빈운성(34) 경감이 남부청 수사심의계로 옮겨오면서 부자(父子)가 부서는 다르지만, 남부청 제2별관에서 함께 근무하게 됐다. 빈 총경은 5층, 아들 빈 경감은 4층에 사무실을 뒀다. 40년 공직 생활의 마지막 1년을 조직 내 후배가 된 아들과 한 건물에서 보낸 것이다.





빈 총경은 “10년 동안 한 번도 근무지가 겹치지 않다가 퇴직하는 해에 아들과 위아래층에서 근무하며 부자의 정(情)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며 “예측하기 어렵고 불규칙한 경찰관의 길을 10년째 걷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다. 항상 선후배 동료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빈준규 총경이 1994년 9월 군포경찰서 형사계 근무 당시 아내와 함께 찾아온 아들(빈운성 경감)을 군포서 주차장에서 형기대 승합차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 사진 빈운성 경감

빈 총경은 당초 지난해 8월 말 내지 9월 초에 이임식을 한 뒤 공로 연수 기간을 가질 계획이었다. 경찰 인사가 늦어져 퇴직 시점인 12월 말까지 꽉 채워 근무하면서 이임식은 퇴임식이 됐다. 아들 빈 경감은 “살갑지 못한 아들이었는데, 근무지가 같아지면서 자주 뵐 수 있어 좋았다”며 “인사가 늦어져 아버지와 긴 시간을 한 건물에서 보내며 업무 노하우도 더 많이 전수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빈 총경 부자의 공통점은 감찰 업무다. 아버지는 순경 임용 이후부터 경찰 생활 37년 중 20년을 본청과 남부청 감찰 부서에서 근무했다. 아들도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한 이력이 있고, 지난해부턴 수사감찰관을 맡고 있다. 빈 총경은 “공감과 경청의 감찰로 직원 보호와 조직 내부 개선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다”며 “억울하게 징계받지 않도록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감찰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황창선 경기남부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30일 경기 수원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열린 빈준규(오른쪽) 총경, 김병록 총경의 퇴임식에서 대리 수여한 녹조근정훈장증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빈 총경은 40년 전인 1986년 4월 경기도경찰국 전투경찰(전경)로 배치받으며 경찰과 직업 연(緣)을 맺었다. 전역한 뒤 순경 시험에 합격해 1989년 임용된 뒤 19년 만에 경감으로 승진했다. 아들은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군 복무를 마치고 2015년 임용 이후 모든 계급을 시험으로 승진해 10년 만에 경감 계급장을 달았다. 빈 경감은 “2025년에 아버지가 퇴직하시니 그즈음 경감이 돼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아버지는 내게 큰 배움이자 자랑이다. 아버지가 지켜온 길을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빈 총경은 퇴직 후 인생 2막을 후배 양성으로 꾸밀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수도권의 한 대학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해 경찰관을 꿈꾸는 학생들 앞에 서고 있다. 빈 총경은 “일 핑계로 가정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지만, 항상 지지해준 아내와 훌륭하게 자란 아들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경찰관으로 살아온 내 인생을 자부심으로 기억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성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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