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 본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빈준규(61) 112치안종합상황실장(총경)은 가족들이 준비한 퇴임 기념 현수막 가운데 서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빈 총경은 지난해 경찰 임용 10년 만에 경감으로 승진한 아들 빈운성(34) 경감이 남부청 수사심의계로 옮겨오면서 부자(父子)가 부서는 다르지만, 남부청 제2별관에서 함께 근무하게 됐다. 빈 총경은 5층, 아들 빈 경감은 4층에 사무실을 뒀다. 40년 공직 생활의 마지막 1년을 조직 내 후배가 된 아들과 한 건물에서 보낸 것이다.
빈 총경은 “10년 동안 한 번도 근무지가 겹치지 않다가 퇴직하는 해에 아들과 위아래층에서 근무하며 부자의 정(情)을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며 “예측하기 어렵고 불규칙한 경찰관의 길을 10년째 걷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다. 항상 선후배 동료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빈 총경은 당초 지난해 8월 말 내지 9월 초에 이임식을 한 뒤 공로 연수 기간을 가질 계획이었다. 경찰 인사가 늦어져 퇴직 시점인 12월 말까지 꽉 채워 근무하면서 이임식은 퇴임식이 됐다. 아들 빈 경감은 “살갑지 못한 아들이었는데, 근무지가 같아지면서 자주 뵐 수 있어 좋았다”며 “인사가 늦어져 아버지와 긴 시간을 한 건물에서 보내며 업무 노하우도 더 많이 전수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빈 총경 부자의 공통점은 감찰 업무다. 아버지는 순경 임용 이후부터 경찰 생활 37년 중 20년을 본청과 남부청 감찰 부서에서 근무했다. 아들도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근무한 이력이 있고, 지난해부턴 수사감찰관을 맡고 있다. 빈 총경은 “공감과 경청의 감찰로 직원 보호와 조직 내부 개선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려고 했다”며 “억울하게 징계받지 않도록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감찰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빈 총경은 40년 전인 1986년 4월 경기도경찰국 전투경찰(전경)로 배치받으며 경찰과 직업 연(緣)을 맺었다. 전역한 뒤 순경 시험에 합격해 1989년 임용된 뒤 19년 만에 경감으로 승진했다. 아들은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군 복무를 마치고 2015년 임용 이후 모든 계급을 시험으로 승진해 10년 만에 경감 계급장을 달았다. 빈 경감은 “2025년에 아버지가 퇴직하시니 그즈음 경감이 돼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아버지는 내게 큰 배움이자 자랑이다. 아버지가 지켜온 길을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빈 총경은 퇴직 후 인생 2막을 후배 양성으로 꾸밀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수도권의 한 대학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출강해 경찰관을 꿈꾸는 학생들 앞에 서고 있다. 빈 총경은 “일 핑계로 가정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지만, 항상 지지해준 아내와 훌륭하게 자란 아들딸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경찰관으로 살아온 내 인생을 자부심으로 기억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