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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린 며느리 수혈하자…"핏줄에 더러운 피" 상욕한 시모

중앙일보

2026.01.03 13:00 2026.01.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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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를 본다고요? 그런데 한의사라고요?”

저 역시 여전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의사의 영역만으로는 암 환자를 볼 수 없다는 한계, 그런데도 누군가는 내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확신이 있기에 암 환자를 마주합니다. 암 환자를 돌보는 한의사 이야기. ‘김은혜의 살아내다’
한 여자 환자분이 찾아왔다. 말간 얼굴을 하고 혼자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지만 눈빛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환자는 나의 한마디 한마디를 굉장히 집중해서 들어 주었다. 대화가 끝나가자 환자는 다급히 내 가운의 소매 끝을 잡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 진짜 정말로 살고 싶어요.”

살고자 하는 의지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환자를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서 “네, 저도 열심히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는 다시 가운을 꽉 쥐어 잡으며 한 번 더 말했다.

“네, 저, 어떤 상황에서도 진짜, 살고 싶어요.”

같은 말을 또박또박 반복하기에 뭔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금세 잊혔다. 약간의 찜찜함만 남았던 첫 만남이 지나고, 시간이 흘렀다. 항암 치료를 몇 달간 쉬지 않고 받아 왔던 환자는 중증의 빈혈이 생겼다. 항암 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적혈구 수치가 떨어진 것이었는데, 어느 날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정상 수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드물지는 않은 일이나 이 환자에게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적혈구가 떨어진 적은 처음인 것 같아 처치 과정을 설명하고자 환자의 병실로 들어갔다. 항상 말갛게 유지되던 얼굴은 빈혈 때문인지 허옇게 떠 있었다. 그럼에도 음식을 꼭꼭 씹으며 차분하게 식사하고 있었다.

사진 셔터스톡
‘오늘 수혈받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혈액검사에서 빈혈 수치가 6으로 나오셨어요. 항암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에서는 종종 나타나고, 수혈받으면 수치도, 컨디션도 곧잘 회복되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전하기 위해 입을 뗐다.

“오늘 수혈받으셔야….”


갑자기 쇠 밥그릇이 바닥에 떨어져 튕기며 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내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네? 수혈요?”

환자의 물음에 대답하려고 했지만 몇 초의 순간 만에 허옇게 뜬 수준을 넘어서서 창백하게 질려버린 환자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입이 다물어졌다. 환자의 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잠깐의 적막이 흘렀고, 먼저 입을 연 건 환자였다.

" 방금, 수혈이라고 하신 것, 맞나요? "
여전히 질려 있는 얼굴에, 그대로 뒀다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환자를 눕혔다. 내가 팔을 잡는 것과 동시에 환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이어지는 나의 부연 설명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환자는 ‘한숨 자고서 수혈할지 말지 결정해도 되겠느냐’는 말을 했다. 그리고 환자는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수혈을 받겠다고 말했다. 어떤 사정인지는 몰라도 그 말을 하는 환자는 비장해 보였고, 그래서인지 빈혈 수치가 잘 회복된 이후에도 며칠간 신경이 더 쓰였다. 컨디션도, 의지가 가득하던 눈빛도 모두 회복한 환자는 다음 항암치료를 받고 위해 무사히 퇴원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녀가 ‘수혈’이라는 말에 하얗게 질렸던 이유를 알게 되고 말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출근을 준비하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하고 받자 상대방에게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 들려왔다. 뜬금없는 폭언에 기분이 나쁠 새도 없었고, 나는 ‘누구신데 이러시죠?’라고 물었다.

대답은 “내가 ○○○ 시어머니 되는 사람이다! 내가 ○○○이 보호자인데 잠깐 방심한 틈에 이런 짓을 벌여? 이 X아!”였다.

수혈 일이 있었던 그 환자의 시어머니라는 얘기였다. 계속되는 욕설 속에 그녀가 ‘수혈’이라는 단어에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일절 반응하지 않으며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당신이 뭔데 내 아들 핏줄 낳을 애한테 그런 더러운 걸 집어넣어!”

시어머니의 욕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계속)

다신 연락드릴 일 없을 겁니다

환자가 보낸 문자였다.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토록 살고 싶다던 환자는 살아서 병원을 나갈 수 있었을까.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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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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