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가 해운대 해수욕장 공공부지에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하려 하자 ‘공공재의 사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해운대 해수욕장 진입로인 구남로에는 높이 8m, 폭 1.25m의 미디어폴 14개를 세우고,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이벤트광장에는 높이 29m, 폭 14.5m에 달하는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초대형 전광판 하단 7m는 아치 형태로 만들어 관광객이 전광판을 통과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해운대구는 1월 중으로 부산시 경관위원회와 옥외광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월부터 전광판 설치를 위한 터파기와 전기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가동은 6월 중순 이후로 예상된다.
운영은 민간사업자인 DMC미디어컨소시엄이 맡는다. DMC미디어컨소시엄은 광고 수익금의 일부를 행정안전부·부산시·해운대구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협의회에 내야 한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해운대스퀘어 공공부지 사업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사업 내용을 공유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며 “심의 등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가 많지만, 올해 6월 가동을 목표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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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스퀘어로 글로벌 관광지 만들 것”…공공재의 사유화 우려
해운대는 2024년 1월 크기·모양 등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됐다. 구남로,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 관광안내소 일대가 자유표시구역에 해당한다.
해운대구는 1단계로 해운대해수욕장 입구에 자리한 그랜드조선부산 호텔 벽면에 가로 25m, 세로 31m, 면적 788㎡의 디지털 광고판을 설치했다. 지난해 6월 20일부터 광고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2단계로 공공부지인 구남로와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광장에 전광판을 설치해 미디어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게 해운대구의 구상이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일대를 ‘해운대스퀘어’로 명명하고 문화·예술·미디어가 어우러진 복합관광 공간으로 발전시켜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나 오사카 도톤보리와 같은 글로벌 관광지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구남로 상인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장영국 구남로 상가번영회장은 “해운대이벤트광장은 비교적 큰 규모의 문화 공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며 “대형 전광판 때문에 관광객의 체류 시간이 줄어들면 상권이 위축되는 등 소탐대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남로가 삶의 터전인 상인들에게 사전 설명 없이 해운대구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공공재의 사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은영 해운대구의원은 “공공재인 해운대 바다 경관을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전광판으로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며 “설치 후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추진하기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