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들이 골프 퍼터를 만든다.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국내 최대 조각 아트페어 '서울국제조각페스타 2026'에 '그린 위의 예술: 조각, 골프를 만나다(Art on the Green: Sculptures Meet Golf)' 작품이 전시된다. 제1회 서울조각상 대상 수상자 강성훈, 중국·싱가포르·호주 등에서 국제적 명성을 쌓은 김경민 등 조각가 20명이 작품을 출품한다. 조각가들이 퍼터를 만들어 특별전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골프는 감수성에서 예술과 닮았다. 골프는 극단적인 멘탈스포츠로 샷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압축된 드라마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의 18홀은 18개의 캔버스다. 페블비치의 7번홀은 모네의 그림처럼 시간에 따라 다른 얼굴이 된다.
스포츠 용품 중 퍼터는 기능적인 도구를 넘어 하나의 '작품'으로 대우받는 독특한 영역이다. 골프계에서 "샷은 과학, 퍼팅은 예술", "드라이버는 무기, 퍼터는 연인"이라고 한다. 프로골퍼들이 중요한 퍼트를 넣고 퍼터에 입을 맞추는 일은 흔하다.
퍼터는 클럽 중 가장 섬세한 터치와 감성을 요구하는 장비다. 유명한 제작자들은 단순히 도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금속을 조각하는 예술가로 불린다. 골프의 반 고흐라 불리는 스카티 카메론은 전 세계적으로 추앙받으며 'Art of Putting'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한다.
21세기 들어 퍼터는 자신의 철학이나 예술적 취향을 담는 캔버스가 됐다. 스탬핑(Stamping), 토치 피니시(Torching) 기법 등이 나오고 구리, 다마스쿠스 강철, 심지어 나무 소재를 활용해 고전적인 미학을 강조하기도 한다.
권치규 (사)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은 "전시회에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퍼터와 실제 라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퍼터 모두 출품될 예정"이라고 했다.
권 이사장은 또 "이번 페스타는 '경험의 확장'이라는 주제로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전시는 신진 조각가들의 작품 활동 영역을 골프 쪽으로도 넓힐 계기가 될 것이다. 조각가들은 기존 골프 장인들이 만든 제품과는 다른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고 이 흐름이 골프 용품 업계로도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출품 작가들은 골드파이브(GOLD FIVE) 퍼터 헤드 등에 각자의 예술 세계를 조각한다. 골드파이브는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선물한 명품 브랜드다. 출품작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