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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장소서 부하 직원 질책한 상사…법원 "견책 징계는 위법"

중앙일보

2026.0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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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
다른 직원들 앞에서 부하 직원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는 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진현섭)는 최근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했다.

사건은 2023년 7월 정박 중이던 선박의 외국인 선원 4명이 상륙허가 없이 하선한 데서 빚어졌다. 담당 지역 출입국·외국인사무소 팀장은 선박에 찾아가 심사결정서를 건네고 경고 조치했다. 소장인 A씨는 사무실에서 팀장 B씨에게 별도 소환조사 없이 심사결정서를 건넨 이유를 물었다. B씨는 “소장실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건의했으나, A씨는 “현장에 나가 사법심사를 하라는 것이 규정에 있느냐”“확인서를 제출하라”며 약 15분간 B씨에게 경위를 캐물었다.

법무부는 2024년 6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A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법무부는 “A씨는 소장실로 들어가 말하자는 B팀장의 건의를 세 차례 무시한 채 후배 직원들 4명이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공개된 사무실에서 B팀장을 큰 소리로 질책해 비인격적으로 대우했다”고 봤다. A씨는 징계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기각되자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에게 반말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지도,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며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문답을 했고, 징계의결서에 기재된 것과 같이 발언하지 않았다”고 했다. 법무부는 반면 “상황을 목격한 여러 직원들이 A씨가 B씨를 과도하게 질책했다고 진술했고, 이 때문에 B씨는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적정 범위를 넘는 과도한 질책이었다고 했다.



법원 “과도한 질책으로 보이지 않아”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특히 A씨가 제출한 녹음 파일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상 상대방이 위축될 정도로 고성을 내거나 소리를 질렀던 것으로 보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대체로 일관되게 비교적 크지 않은 목소리로 발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상황을 목격한 직원들은 “A씨가 고성으로 윽박지르듯이 했고, B씨가 질책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으며 표정이 질린 듯했다”, “사무실 옆 민원실까지 소리가 들렸는데, B씨는 잔뜩 위축돼 보였다”고 진술했는데, 재판부는 녹음을 근거로 “직원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소장으로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업무 처리 근거 및 경위를 확인했던 것으로 보일 뿐, 과도하게 질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A씨는 B씨로부터 보고를 듣던 중에 업무 처리 방식 및 근거 등에 관해 자세히 묻게 됐던 것이고, 교육 목적으로 다른 공무원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장소에서 문답을 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B씨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과 A씨의 질책 사이 인과관계도 뚜렷하지 않다고 봤다. 앞서 B씨가 2022년 6월부터 1년간 우울증으로 질병휴직을 했고, 전보 직후 다시 재발해 병가 중인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B씨가 사건 후 우울증 치료를 받게 된 데는 종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점 등 개인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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