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가 다세대주택을 중개할 때는 집주인이 소유한 다른 호실의 권리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은 임차인들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공제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심 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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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위 임차인 20명에 밀려 보증금 못 받아
사건은 2018년 개인이 소유한 서울 영등포구 소재 다세대주택 23개 호실이 경매에 넘겨진 데서 시작됐다. 주택은 약 19억 9000만원에 매각됐다. 20여명의 임차인들은 우선 변제 순위가 인정돼 배당을 받아갔지만, 600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원고 A사는 배당을 받지 못했다. 원고 B씨 역시 보증금 5500만원 중 25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A사와 B씨가 배당을 받지 못한 건 선순위 임차인들이 20명 있어 이들이 배당을 먼저 받아갔기 때문이었다. 두 세입자는 공인중개사 C씨가 주택을 중개하며 다른 호실의 부동산 등기에 표시된 선순위권리를 설명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중개 당시 C씨가 확인·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공제조합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다세대주택’의 특정 호실을 계약할 경우 다른 호실의 권리 상황도 공인중개사가 설명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건물 전체가 1개의 소유권 대상인 다가구주택과 달리 다세대주택은 세대별로 소유권이 다르므로, 특정 호실을 중개한다면 다른 호실은 중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A사나 B씨의 사례처럼 여러 호실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다른 호실의 선순위권리 때문에 경매 후 보증금을 받아가지 못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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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동일인이 여러 세대 소유하면 다른 세대 자료도 설명해야”
1심에서는 세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협회에서 A사에게 3600만원, B씨에게 2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는 추정되는 보증금 총액을 분석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시 보증금이 배당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설명해야 했다”고 했다. 반면 2심에서는 공인중개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C씨가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것을 확인·설명했고, 다세대주택은 다가구주택과 달리 임대차계약을 중개할 때 다른 세대의 임대차 현황에 관한 사항을 확인해 고지할 의무가 없다”며 “C씨는 공인중개사로서의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권리관계 등에 관한 정보나 자료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 대상물의 권리관계를 확인·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다른 세대의 등기에 표시된 선순위권리도 확인·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한 동일인이 여러 세대를 소유하는 경우에는 다세대주택 건물 중 공동저당권이 설정된 다른 세대에도 임차인이 있을 가능성이 크므로, 그 보증금과 임대차 시기 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해 이를 확인한 다음 그 내용을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C씨에 대해서는 “다른 세대에 상당수 임차인이 있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세대별 자료를 확인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공인중개사법이 요구하는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다세대주택’의 공동저당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