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과 은, 미국 증시는 날아올랐지만, 코인 가격은 홀로 고꾸라졌다. 더욱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실질 가치보다 기대감에 가격이 좌우되면서 위험자산 성격이 짙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8만8429달러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10월 7일(12만 4752달러) 이후 석 달 동안 약 30% 폭락하면서다. 지난해 연초와 비교하면 약 7%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은 지난해 4분기가 테라ㆍ루나 폭락 사태가 있던 2022년 2분기 이후 가장 부진한 분기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새해에도 비트코인 몸값은 8만8000달러대에서 횡보 중이다. 2일 오전 10시 기준 비트코인은 개당 8만8709.91달러에서 거래됐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지난해 말 기준 연초 대비 약 12% 떨어진 개당 2971달러에 거래됐다. 암호화폐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100점 만점에 23점으로 ‘극단적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지난해 금ㆍ은 시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날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341.1달러에 거래됐다. 온스당 4500달러 선을 돌파했던 지난해 12월 26일 고점 이후로는 소폭 하락했지만, 연간 상승률은 62%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은값(선물) 상승률은 142%로 금값의 두 배를 넘었다. 디지털 자산 분석업체 BRN의 티모시 미시르 연구 책임자는 “금 같은 실물 자산은 장기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암호화폐는 소외돼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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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이라는 비트코인…왜 안 오르나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정책이 코인 시장의 거품을 키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7월 미국 하원은 ‘가상자산 3법’을 통과시켜 시장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지침법(지니어스법)만 통과되고, 나머지 가상자산 명확화법(클래리티 법안)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감시국가 방지법(CBDC 금지 법안)은 상원에서 계류 상태다. 입법이 지지부진하자 하반기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나왔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고래’로 불리는 대형 투자자들의 이탈로 지난해 10월 10일 190억 달러(약 27조6800억원) 규모의 청산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군사적 긴장이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며 실물 안전자산인 금ㆍ은과의 수요 격차는 더 벌어졌다.
iM증권의 양현경 연구원은 “금과 비트코인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수급 구조의 근본적 차이 때문”이라며 “금은 액세서리 등 산업적 실수요와 세계 중앙은행의 수요가 있지만, 코인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비트코인은 현물보다는 선물ㆍ옵션 등 파생상품 비중이 높고 레버리지가 크게 활용되기 때문에 한 번 대규모 청산이 나타나면 매도세가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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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능가” vs “마지막 탈출 기회”
새해 코인 시장 전망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올해 비트코인이 지금의 약 두 배인 17만 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했다. 비트코인이 금처럼 가치 저장과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도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는 순간 금값은 급격히 하락했다”며 “비트코인이 내년에 금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관론도 극단적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수석 상품 전략가인 마이크 맥글론은 “현 상황은 단순한 소강 국면이 아니라 대공황과 유사하다”며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1만 달러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코인 회의론자인 피터 시프도 “자산이 더 폭락하기 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가격에 포지션을 정리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라며 “마지막 탈출 기회”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근 귀금속이야말로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안정에 대응할 진정한 헤지 수단이란 점을 깨달았다”며 “비트코인은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