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수습하던 경찰관과 견인차 기사가 졸음운전 차에 치여 숨지는 등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3분쯤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고창 분기점 인근에서 차량 2대가 부딪혔다. 음주운전 차량이 1차로에 가로로 멈춰 선 상태에서 뒤따르던 다른 승용차가 음주운전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북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이승철(55) 경감은 현장에 도착한 뒤 차량에서 내려 사고 경위 등을 조사했다. 이후 119구급대와 견인차,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이 잇따라 도착해 현장 수습에 나섰다.
이 사고로 고속도로 1·2차로가 전면 통제됐고, 경찰 등은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 지점 앞에 안전 고깔(러버콘)을 설치해 주행 차들을 분기점 합류차선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 1차로를 주행하던 한 SUV 차량이 안전 고깔을 뚫고 사고 현장으로 돌진했다. 경찰차와 구급차·견인차·도로공사차 등이 경광등을 밝히고 있었지만, SUV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중앙분리대 쪽으로 붙어 2차 사고를 냈다.
2차 사고로 현장을 수습하던 이 경감과 견인차 기사 등 2명이 SUV 차에 치여 숨졌다. 또 SUV 운전자 A씨(38)와 동승한 가족 4명, 구급대원 2명, 1차 사고 승용차 운전자 각 1명 등 9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중 구급대원 1명이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음주운전 여부를 조사했으나, 음주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경찰에 “운전하다 졸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경광등 불이 밝아 멀리에서도 사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2차 사고가 날 상황이 아니었다”며 “A씨가 사고 현장을 전혀 인지를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 사고로 숨진 이승철 경감의 영결식은 전북경찰청장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이 경감은 1997년 7월 경찰에 입직해 전북경찰청 생활질서계·홍보담당관실·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 등을 거쳤으며, 2024년 1월 경감으로 승진한 뒤 고속도로순찰대 제12지구대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근무했던 동료 경찰관들은 “이 경감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경찰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전북경찰청 한 직원은 “2010년부터 2년간 함께 근무했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불평 한 번 하지 않은 성실한 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고인은 슬하에 20대 딸과 아들 등 2명의 자녀가 있는데, 젊은 나이에 아이들이 결혼하는 모습도 못 보고 세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고속도로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을 강화해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