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기습 공격으로 이뤄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체포 작전에 국제 사회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확고한 결의’ 군사 작전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강력 규탄에 나선 가운데 유럽연합(EU) 주요 국가와 중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군사 개입을 동원한 미국의 마두로 축출을 계기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개입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선 곳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무력 침략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가 ‘파괴적 외부 간섭’ 없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이 ‘안전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대 의견을 내세운 셈이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소집 촉구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미국을 규탄했다. 중국 외교부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해 ‘패권적 행위’라며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했으며,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고 비판했다. 이란 역시 미국의 공격을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동맹국인 일본은 신중을 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온 만큼 비난하기도 어렵고,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어 지지하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원칙론적 입장을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마두로 축출 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과 상황 안정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진할 것”이라며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유, 민주주의, 법치주의와 같은 근본적인 가치와 원칙을 존중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발표된 외무성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는 “(일본은) 이전에도 자유,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를 존중하고 일관되게 국제사회에서 국제법 원칙의 준수를 중시해 왔다”며 ‘국제법 원칙의 준수’를 명시했다.
유럽국가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마두로 독재정권에서 벗어났다”며 국민들이 “기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대선에서 패한 뒤 스페인으로 망명한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를 언급하며 정권 이양을 보장하길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장 노엘 프랑스 외무장관이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한 것과는 전혀 상반된 의견을 밝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찬성 입장을 내놨다. 그는 “군사 행동이 전제주의 정권을 종식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믿는다”면서도 “마약 밀거래를 부추기고 조장하는 국가 기관의 경우와 같이 자국 안보에 대한 하이브리드 공격에 맞선 방어적 개입은 정당하다고 여긴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영국과 EU, 스페인은 “국제법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밝히는 등 신중한 입장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BBC 방송 등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동맹국과 얘기하고 싶다”며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중재 역할을 자처했다. 스페인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긴장 완화와 자제, 국제법과 유엔 헌장 원칙에 따른 행동을 촉구한다”며 “현재 위기에 평화로운 협상을 통한 해결을 달성하기 위해 중재 역할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X를 통해 “스페인은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국제법을 위반하고 지역을 불확실성과 적대감의 위기로 몰아넣는 미국의 개입 또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립 의사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 국민 편에 선다”며 “평화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마두로 축출을 지켜본 남미 국가들의 반응은 트럼프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모든 공격행위를 중단할 것을 긴급 촉구한다”며 반발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이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 개입한 가장 암울한 순간들”이라며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도 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국가 테러”라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X에 “자유가 전진하고 있다. 자유 만세!”라는 글을 올려 공개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