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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는 안 될 중계 멘트'가 만든 '거짓 낙인' 상처는 선수의 몫이었다...버텨온 김보름, 빙판 떠난다

OSEN

2026.01.03 23:30 2026.01.0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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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릉, 민경훈 기자]

[OSEN=강릉, 민경훈 기자]


[OSEN=정승우 기자] 긴 오해의 터널을 지나, 김보름(33)이 빙판을 떠난다. '왕따 주행'이라는 거짓 낙인 속에서도 끝내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던 시간의 마침표다.

김보름은 지난달 30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현역 은퇴를 직접 알렸다. 그는 "11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뒤 2010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대표로 얼음 위에 섰다.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라며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이라는 값진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쉽지 않은 시간도 많았지만, 끝까지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스케이트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로 기억된다면 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김보름은 2010년 태극마크를 단 이후 장거리 간판으로 꾸준히 국제무대를 누볐다. 2014 소치, 2018 평창, 2022 베이징까지 올림픽 3회 연속 출전했고, 평창 대회 여자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0m 금메달, 같은 해 강릉 세계선수권 매스스타트 우승도 커리어의 굵직한 이정표다.

평탄한 길만 있었던 건 아니다. 평창 올림픽 여자 팀추월 이후 불거진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이 선수 인생을 뒤흔들었다. 중계 과정에서의 해설이 불씨가 됐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논란은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로까지 번졌지만, 조사 결과 ‘왕따 주행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에도 김보름이 받은 상처는 컸고, 심리치료가 필요할 만큼 힘든 시간을 지나야 했다.

당시 캐스터의 중계 발언 역시 다시 언급됐다. 당시 중계를 맡았던 캐스터는 이후 방송을 통해 "편파 중계나 특정 의도는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김보름 선수가 그 이후 힘든 시간을 겪은 것은 가슴 아프고 유감스럽다"라며 공감의 뜻을 밝혔다.

물론 이 이야기를 접한 스포츠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게 무슨 사과냐"라고 분노하면서 "제대로 다시 언급하고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컸다. 

논란의 출발점이었던 중계 멘트와 별개로, 김보름이 감내해야 했던 시간의 무게 역시 뒤늦게 조명됐다. 이후 김보름은 2019년 자신이 오히려 훈련 방해와 폭언을 겪었다고 밝히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20년 11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5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사실관계가 법적으로 확인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었다.

그 사이에도 그는 빙판을 지켰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매스스타트 5위, 2023-2024시즌까지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논란과 상처 속에서도 경기력으로 답했다는 점에서, 그의 커리어는 더욱 묵직해졌다.

이제 김보름은 스케이트화를 벗는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정리다. 오해를 벗고, 결과보다 과정으로 자신을 증명해 온 시간의 마침표. 빙판 위에서 버텨낸 그 선택은, 한국 빙속의 한 장면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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