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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사기캐’다…일본서 온 ‘일번’ 선수

중앙일보

2026.01.04 07:01 2026.01.0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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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지마 사키(하나은행)가 4일 부산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춤을 추며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에서 건너온 이이지마 사키(34·부천 하나은행·1m73㎝·사진)는 자신이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오를 걸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 관중의 눈은 숏커트의 ‘팀 유니블’ 포워드 이이지마에게 쏠렸다. 그가 공을 잡으면 팬들은 숨을 죽였고, 날카로운 패스와 슛에는 탄성이 쏟아졌다. 이이지마는 공연을 펼치는 아이돌처럼 코트를 누볐다. 한국여자농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올스타 팬 투표 1위(1만9915표)에 오른 건 이이지마가 처음이다.

이이지마는 2014년 일본 W리그 야마나시 퀸비즈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평범한 선수였다. 가끔 수비가 좋단 평가를 받는 정도였다.

2023~24시즌엔 월급 500만원 수준의 식스맨(후보)이었다. 은퇴를 고민하던 노장 이이지마는 지난 시즌 월급 1000만원에 한국으로 건너와 BNK와 계약했다. 이이지마(평균 9.6점)는 BNK의 핵심 공격 자원으로 활약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이지마 사키. [사진 WKBL]
이번 시즌 이이지마는 ‘스피드 농구’를 준비하던 이상범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하나은행에서 두 번째 WKBL 시즌 도전에 나섰다. 역시 팀을 우승전력으로 만들었다. 지난 시즌 9승21패로 꼴찌였던 하나은행은 올해 이이지마의 합류와 함께 10승3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이지마의 올시즌 성적은 평균 15.8점(전체 3위) 6리바운드(10위)이며 수비도 워낙 좋아 팀의 핵이다. 지난달 5일엔 아시아 쿼터 선수 최초로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하나은행 팬들은 화려하고 노련한 기량과 그의 이름(사키)을 합쳐 ‘사기캐(사기캐릭터)’라고 부른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이이지마가 펄펄 나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체지방률 8%대를 유지한다. 이이지마는 “WKBL의 대단한 선수들 사이에서 팬 투표 1위를 해 영광이다. 팀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덕분에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평범한 선수였던 이이지마가 한국에서 맹활약하는 건 박정은, 이상범 두 감독의 역할도 한 몫 했다. 그러나 한국의 실력이 일본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프로팀 관계자는 “일본보다 템포가 느린 WKBL은 이이지마가 수비는 물론 공격 능력까지 펼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라고 했다.

아시아쿼터 선수는 월급 1200만원이 상한이다. 체류기간(약 10개월)에만 받을 수 있다. WKBL에서 국내 선수에 비해 상대적 저연봉을 받는 아시아쿼터 선수인 이이지마는 인기투표에서도 1위에 올랐다. 팬들이 더 이상 몸값만 높은 국내 선수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올스타전은 가라앉고 있는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현주소를 다시 보여줬다.

25점을 터트리며 MVP에 오른 변소정(BNK). [뉴스1]
한편, ‘팀 유니블’과 ‘팀 포니블’의 대결로 치러진 이날 올스타전에선 변소정(BNK)이 25점을 터뜨린 ‘팀 포니블’이 100-89로 이겼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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