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루이즈 루의 마켓 나우] 2026년 달러·위안·엔의 향방

중앙일보

2026.01.04 07:06 2026.01.04 12: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2026년 아시아 금융은 역내 경기보다 달러·위안·엔으로 구성된 주요 통화의 역학에 더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미국 달러는 방향을 결정하고, 중국 위안화는 변동의 하한선을 설정하며, 일본 엔화는 시장 불안기에만 영향력을 드러내는 구조다. 이 구조가 올해 아시아 환율의 한계를 규정할 것이다.

달러의 영향력은 2026년에도 압도적일 공산이 크다. 미국 금리가 점진적으로 낮아지더라도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시장 기대보다 신중한 완화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미 국채 수익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글로벌 달러 유동성도 제한적일 것이다. 이는 자본 흐름이 미국 정책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시아 통화의 독자적 강세 여력이 제약된다는 뜻이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역내 통화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동반 약세를 보이기 쉽다.

일본 엔화의 영향력은 위기 국면에서만 두드러진다.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며 엔화 약세를 관리하는 한, 엔화가 역내 기준통화로 기능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거나 ‘금리 차를 노린 차입 투자’(carry trade)가 청산될 때 엔화 변동은 아시아 통화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증폭시킨다. 그러나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엔화의 영향은 빠르게 약화된다.

중국 위안화는 미묘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달러를 대체해 아시아의 기준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작지만, 역내 환율의 완충 장치로서 역할은 커지고 있다. 베이징이 환율 안정과 수출 경쟁력을 중시하며 위안화 변동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시아 통화의 급락 위험을 줄이지만, 강달러 압력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위안화는 급락 위험은 낮아졌지만, 상승 흐름은 여전히 약하다.

이 같은 통화 지형은 한국 원화에 특히 뚜렷한 함의를 갖는다. 원화는 자본 이동과 글로벌 위험 심리를 통해 달러 사이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수출 구조상 위안화와의 상대적 균형이 한국의 경쟁력에 직결된다. 여기에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2026년 원화는 달러 강세와 간헐적인 엔화 충격 속에서 변동성 확대와 약세 편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2026년 아시아 통화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정책 신뢰도가 높고 대외 완충 장치를 갖춘 국가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겠지만, 역내 전반의 통화 강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아시아 통화의 방향과 한계는 각국 경기보다 글로벌 정책 신호, 특히 미국 통화정책에 의해 규정될 것이다.

루이즈 루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