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가 돈을 낳는다(和氣生財)’. 중국의 비즈니스 협상 격언이다.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는다는 뜻이다. 방중을 앞두고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관영 CC-TV 인터뷰가 그랬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시야 넓은 지도자’로 치켜세웠고,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으니, 이제 ‘돈’ 챙길 궁리를 할 차례다.
중국 비즈니스 격언 중에 ‘먼저 소인이 되고, 나중에 군자가 되어라(先小人 後君子)’라는 말도 있다. 협상장에 들어서면 쩨쩨한 소인처럼 이익을 따지라는 얘기다. 군자 행세는 그 나중이다. 반대로 하면 낭패당하기에 십상이다. 마음 넓은 군자인 양 호기 부리며 양보하고, 환대에 현혹돼 대충대충 협상을 마무리하면 비즈니스는 더 꼬일 뿐이다.
외교 협상도 다르지 않다. 얼굴을 붉히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이익을 분명하게 챙겨야 한다. ‘중국에 핵심이익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중국이 넘보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서해 문제는 폭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구조물 설치, 불법 조업 등은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두고두고 양국 관계를 수렁에 빠트릴 수 있다. 한·중 관계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매듭지어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군자 외교로는 자칫 그들의 협상술에 말려들 수 있다. ‘칼 손잡이를 잡고, 작은 여지를 남긴다(執刀柄 留分寸)’는 게 중국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 ‘담판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에게는 체면치레 정도의 여지를 남겨주어라’는 뜻이다. 희토류 하나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 판도를 바꾼 게 이를 보여준다.
일단 칼자루를 쥐면 게임 끝이다. 그들은 이리 치고, 저리 받아내는데 능하다.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고는 몇 개 작은 거 던져주며 ‘아량’을 과시한다. 여기에 휘둘리면 작은 거 몇 개 얻고, 큰 건 다 내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힘 있는 측이 협상 칼자루를 쥐기 마련이다. 외교건 비즈니스건 한·중 사이의 주도권은 점점 중국 측으로 기울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지금이 우리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새해 벽두에 외국 정상을 국빈 초청하는 건 매우 드문 일. 그들로서도 뭔가 절실한 게 있다는 얘기다. 그걸 찾아내 집요하게 끌어당기면 협상을 주도할 수도 있다. 오늘 쩨쩨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내일 군자처럼 너그러워질 수 있다면, 그건 잘한 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