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인공지능(AI)을 쓰다 보면 걱정이 앞선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AI 도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조만간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짜지 못하고, 제품 기획자가 스스로 기획서를 쓰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만 같다.
그래서 “이제 AI가 다 해주는데 인간은 점점 어리석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AI가 인간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현재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론 대학 연구진은 생성형 AI를 과도하게 쓰면 비판적 사고 능력이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스스로 판단하고 검증하기보다 사고 과정 자체를 AI에 맡겨버린다는 것이다. 인간 지능의 퇴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누구나 AI 사용하는 시대 오면
사회 전체적 지능 크게 올라가
공동체 난제 해결 능력 큰 도약
노인·장애인 소외 막는 건 숙제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 볼 필요도 있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바꿔온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우리의 기억 방식은 이미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전화번호 수십 개를 외우는 사람이 흔했지만, 지금은 가족 전화번호 몇 개조차 기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기억력이 쇠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기억의 방식이 ‘내용 저장’에서 ‘경로 저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수렵·채집 시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잘 달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 수만 년 전과 비교하면 인간의 신체 능력은 쇠퇴했을지 모른다. 대신 우리는 자동차로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인류 문명의 본질은 도구를 활용해 우리 능력을 확장하는 데 있다.
만약 인간이 항상 AI를 쓰게 된다면, 중요한 것은 AI 없는 지능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때의 지능이다. 우리는 안경 낀 사람을 뽑으면서 “안경을 벗으면 시력이 얼마냐”고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안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은 극히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맨눈 시력이 아니라, 안경을 쓴 상태에서 무엇을 볼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앞으로 AI가 일상이 되는 환경에서는 인간 능력이 떨어질까 걱정하기보다, AI를 통해 능력을 어떻게 확장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인간이 비판적 사고를 멈추고, AI에 사고 과정을 내맡기는 문제를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신체 능력이 생존과 무관해졌다고 해도 우리가 운동을 멈추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는 여전히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 헬스장을 찾는다. AI 시대의 비판적 사고력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더라도, 생각하는 훈련은 더 의도적으로 필요하다. AI를 ‘대신 생각해 주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돕는 조력자’로 써야 한다.
이렇게 AI를 통해 개인의 역량이 확장되면 그 혜택은 우선 각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높아진 효율성 덕분에 여가가 늘어날 수도 있고, 업무 성과를 늘려 소득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보편화되어 모든 이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회가 된다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다. 사회 전체의 지능이 높아지면 공동체의 문제 해결 능력 자체가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똑똑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평균적인 판단 수준이 올라가는 덕분이다.
현재 우리 앞에는 기후 위기나 인구 구조 변화와 같은 난제들이 쌓여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구성원 모두가 제대로 이해하고 합리적 토론을 이어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지능이 높아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AI의 도움을 얻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상호 신뢰가 두터워지고 협력의 문턱은 낮아질 수 있다. 갈등으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고, 미래를 향한 장기적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집단 지성의 향상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최신 AI를 자유롭게 쓰고, 누군가는 접근조차 못 하는 사회라면, 전체의 평균을 높이기는 어렵다. AI 접근성을 넓히고, 교육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노년층과 청소년, 장애인과 비전공자까지 누구나 AI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새해에는 누구도 AI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좋겠다.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도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우리 각자도 할 일이 있다. 새해 다짐 목록에 ‘AI를 활용해 내 지능 높이기’를 추가해보는 것이다. AI에 더 잘 질문하는 방법을 익히고, 답변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역량을 키워 보자. 모두가 AI를 제대로 활용하게 될 때, 우리 사회의 집단 지능도 비로소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