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리셋 코리아] 구조개혁 계속 미루면 고환율 해소 못 한다

중앙일보

2026.01.04 07:18 2026.01.04 12: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리셋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지난해 7월 초 이후 원화 가치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하락했다. 특히 9월 중순 이후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가 큰 부담을 받았다. 예컨대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자동차 휘발유 가격은 상승했다. 수입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년동월 대비 달러 기준 -2.3%였지만, 원화 기준으론 2.2%였다. 그렇지 않아도 2분기 실질소득 증가율 0% 때문에 가계가 곤궁했는데, 원화 절하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가계는 더 궁핍해졌다.

서학개미 작년 하반기 투자 줄여
경제 체질 약화가 고환율 불러와
첨단산업 키워야 원화값 강해져

김지윤 기자
다행히 지난 연말에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누그러졌다. 그러나 주된 원화 가치 하락 원인을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투자로 꼽은 한국은행의 견해는 논란을 야기했다. 타당성 때문인데, 지난해 1~6월 중 주식과 부채성 증권을 합한 월평균 우리의 해외증권 매입은 116억9000만 달러, 외국인의 한국 증권 투자는 월평균 37억4000만 달러였다. 즉 외국에서 유입 자금과 우리 자금의 유출을 가감하면 그 차액은 월평균 79억5000만 달러였다. 그런데 환율이 불안했던 7~10월 중 해외로의 순유출 증권관련 금액은 월평균 61억9000만 달러였다. 환율이 오른 부담도 있었겠지만,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과잉 투자를 탓한 시기에 정작 서학개미 투자는 20% 넘게 줄어들었다.

환율과 성장률, 금리 간에는 연관성이 높다. 높은 성장률 국가의 화폐 가치는 낮은 성장률 국가보다 높을 개연성이 크다. 또 정상적인 상황에선 금리가 높은 국가의 화폐 가치는 금리가 낮은 국가보다 높다. 그런데 통상 성장률이 높은 국가의 금리는 성장률이 낮은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요컨대 환율에 성장률의 영향은 절대적인데,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 성장률을 0%대(0.9%)로 추정했다. 이 수준은 IMF의 201개 성장률 추정 국가 중 하위 10.5%에 속한다. 역대 정권이 구조조정, 첨단산업 육성, 노동개혁 등 혁신을 미루고, 선심성 정책으로 국가 경제를 꾸려온 결과다. 또 한국의 기준금리는 2015년 이후 2020년 초를 제외하면 미국보다 낮고, 지난해 말 현재 한국보다 중앙은행 금리가 낮은 곳은 대만·일본·유럽연합(EU) 등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가 취약하니 원화 가치가 버티기 어렵다. 실제로 2017년부터 달러인덱스 대비 원화 가치의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달러 가치가 ‘1’만큼 상승하면 원화 가치는 ‘1’ 이상 하락했다. 이 여파로 달러 기준 외국인의 우리 주식매수 누적은 2018년 1월 1173억 달러를 정점으로 2022년 7월엔 650억 달러로까지 줄었다. 다만 2025년 10월 현재 886억 달러로 늘었지만, 국제 주식시장에서 이제 한국 주식은 단기매매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또 외국인의 매수 종목 범위도 협소해졌다.

이런 상황에선 달러 수급이 수반되지 않는 충격에도 원화 가치가 상당히 하락할 수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에 그런 사안이 있었다. 저성장 와중에 기업을 옥죄는 노란봉투법이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점이 환율에도 영향을 끼쳤을 듯싶다. 해외 변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를 계승했다. 이 때문에 엔화가 빠르게 절하되자, 그간 엔화와 동반 등락하던 원화도 절하 부담을 받았다. 또 미국의 3500억 달러 투자 요구가 외환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환율 불안의 근본 원인은 여러 정권에 걸쳐 누적됐다. 여기에 충격 요인이 발생하자 환율이 급격히 흔들린 것이다.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환율 불안과 물가 상승이 확대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토대로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에게 대책 시행에서의 부담 사안을 진솔하게 토로하고, 양해를 구했으면 한다.

해외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다는 독일 슈뢰더 총리의 정책, 프랑스의 실업률을 1980년 이후 최저로 떨어뜨린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초기 정책, 브라질 경제를 활성화한 룰라 대통령의 첫 집권 시절 정책이다. 이들의 정책은 노동 개혁과 기업 지원을 골자로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을 흔들지 않는 대만도 모범 사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리셋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