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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칼럼] ‘전환의 계곡’ 건너야 할 이재명 정권 2년 차

중앙일보

2026.01.04 07:30 2026.01.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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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대기자
이재명 정부의 2년 차 새해다. 정치에선 가장 역동적인 시간이다. 정권의 성쇠가 이때 결정되기 때문이다. 잘 넘기면 무사히 완주했고, 잘 못 넘긴 권력은 레임덕과 추락이었다. 2년 차가 왜 분수령일까. 전임 정권의 이런저런 과오를 양분 삼아 1년 차 정권은 여론·언론과 허니문을 즐긴다. 우리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 계엄 수사로 7개월을 소진해 왔다. 새 이재명 대통령 스타일이 화제를 낳으며 관대한 관찰의 신혼을 보내 왔다. “뭘 해도 윤석열보다 낫다”는 기저효과, 반사이익, 기대감의 시간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5년이 너무 짧다는 분들이 있다”는 김민석 총리의 자찬은 아마도 이같은 1년 차 착시의 귀결이기도 하겠다.

허니문에서 냉정한 평가로 바뀌는
2년 차는 정권 흥망을 가를 고비
경제 살리기는 모든 성공의 토대
민주주의 퇴행은 권력 자멸 불러
이재명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의 ‘기대’가 ‘평가’로 바뀌는 시점이 바로 2년 차다. 혼돈의 한 해를 함께 건너 온 국민은 보다 냉정해진 입장에서 자신이 선택한 그 정권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된다. 당연히 한국의 정권은 모두 2년 차에 지지율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52%로 출범한 윤석열 정권은 2년 차에 24%로 반토막이 났다. 70~80% 대 고공 지지율로 출발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47%,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초 60%, 44% 지지도 2년 차엔 모두 33%로 급락했다. 한국만의 신드롬도 아니다. 미국에선 2년마다 치르는 상·하원 중간선거가 대통령 중간 심판으로 작동하며, 정권에 패배를 안겼다. 1934년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 23차례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 승리는 단 세 차례였다. 강력했던 프랑스의 사르코지·올랑드·마크롱 대통령 모두 취임 초 61~65% 지지도에서 2년 차에는 40%(마크롱), 13%(올랑드), 사르코지(30%)로 날개를 접고 말았다.

그 공통적 원인은 집권 1년 차 자신감이 부른 착시, 독선과 오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광복절에 돌연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활개친다”며 폭주를 시작했다. 10월엔 의대 2000명 증원을 추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집권 1년 차의 최저인금 인상, 근로 시간 단축, 부동산 중과세 등이 2년 차 민생에 큰 부작용을 낳으며 민심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성찰 대신 오기로 밀어붙인 2년 차의 9·13 부동산 조치는 정권 교체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자신감에 넘친 노무현 대통령 역시 2년 차 벽두에 총선의 여당 지지를 노골적으로 주문, 탄핵소추를 당했다.

늘 암울한 2년 차만은 아니다. 직선제 대통령 8명 중 6명(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윤석열)의 2년 차에 주가가 모두 상승했다. 세월호 여파의 박근혜(2014년·-4.8%), 급등한 부동산에 자금이 쏠려 간 문재인(2018년·-17.3%) 정권 2년 차에만 급락했다. 1430만 명의 소액주주들은 정치 풍향엔 주요 한 변수다. 2년 차 새해 역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주식 시황 등 경제 전반의 활력,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기간 제조업의 경쟁력, 고환율·고물가 관리에 명운을 걸어야 할 2년 차다.

다른 2년 차 변수는 부패다. 사각지대에서 대통령 주변·측근, 가족·친인척의 탐욕이 싹튼다. 대개 1년 차에 그 균이 배양돼 2년 차에 곪아터진다. 김건희씨의 디올백~금거북이 수수 혐의는 모두 1년 차인 2022년 3~9월에 배태돼, 2년 차에 터져나왔다. 그림자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 곁 양지로 등판한 게 2년 차였다. 그해 말엔 딸 정유라를 특혜 입학시키며 노골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위를 타이젯 항공에 입사시킨 시기도 2년 차 7월이다. 2년 차에 부패가 빈발하는 건 제도적 시차(institutional lag) 때문이다. 권력은 정점에 이르렀지만 야당·시민단체·언론 등의 감시와 견제는 1년 차에 느슨해진 틈새에서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년 차 신드롬을 떠나 현 정권의 가장 큰 불안은 민주주의 훼손 가능성이다. 삼권분립과 언론 자유를 침해할 거대 여당 강경파의 입법 독주가 끝이 없다. 내란전담재판부법에 이어 허위·조작 정보 근절이란 명분으로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행(정통망법 개정)했다.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위축시켜 권력 비판을 막는 정치적 의도일 뿐이다.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축소시킬 어떤 법도 제정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근간(미 수정헌법 제1조)을 허무는 폭거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주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강도높은 비판 성명을 낸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입틀막’ 행보를 가장 비난한 건 누구였나.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 이행기에 반드시 거치는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을 지나가고 있다. 전 정부의 계엄 폭거로 분열·갈등의 깊은 골짜기에 추락한 민주주의를 밀어올려야 할 시기다. 여당 강경파는 그러나 정권의 이익을 민주주의보다 더 우선시하고 있다. 2년 차 ‘이재명 국정’의 결과가 성공이더라도 민주주의 퇴행은 그 모두를 부정 당할 역사적 오류다. 정권만 알고 싶지 않을 진실은 ‘정권은 유한하다’다. 영원해야 할 유일한 가치가 바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다. 새해 2년 차 정부의 성찰과 국정의 성공을 바란다.




최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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