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하면서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우호적이었던 양국 관계가 이렇게 된 배경에는 원유가 있다. 베네수엘라는 2024년 기준 세계 원유 매장량 1위(3032억 배럴) 국가다.
1918년 베네수엘라가 원유를 처음으로 수출한 이래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였다. 특히 70년대 1차 오일쇼크 위기로 중동 석유 공급이 급감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동아줄이었다. 73년 미국 전체 원유 수입량 중 32.7%가 베네수엘라산이었을 정도다.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99년 2월 우고 차베스가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다. 좌파 성향 군인 출신 차베스는 석유 자원을 무기화해 미국을 위협했다. 엑손모빌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이 개발해 오던 최대 유전 지대 오리노코 벨트 등을 일방적으로 국유화했다. 이 ‘오일머니’로 무상 교육·의료 정책을 펼쳤다.
적극적인 반미 행보로 정치 기반을 넓힌 차베스는 미국이 중남미 일대에서 추진해온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반대를 주도해 2005년 무산시켰다. 미국이 제재로 응수했지만, 차베스는 외려 2006년 9월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악마”에 비유하며 자신을 반미의 아이콘으로 각인시킨다.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차베스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는 인사를 건네 관계가 개선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5년 오바마 정부는 추가 제재를 부과했다. 차베스 사후 2013년 대통령에 당선된 마두로가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 유린, 부패’ 등을 자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양국 관계는 2016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후 더 악화한다. 트럼프는 2017~2018년 잇따라 베네수엘라 제재를 강화했다. 2018년 대선에서는 마두로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국가원수로 승인했다. 이듬해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도 일방적으로 금지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며 개선 조짐이 보이는 듯했다. 유가 안정, 난민 억제, 민주주의 정착 등을 목표로 바이든 정부가 제재를 일부 완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트럼프가 재집권하며 곧바로 폐기됐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마두로를 마약 테러 조직의 수장으로 지목했다. 이후 지상전을 염두에 두고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핵추진항공모함, 구축함과 전략폭격기 B-1·B-52, 스텔스 전투기 F-35, 무인공격기 MQ-9 리퍼 등 약 2만 명의 병력을 전개했다. 지난달에는 특수작전 항공기와 특수부대 병력을 카리브해에 추가 배치했다. 결국 트럼프는 3일 공식적으로 마두로를 축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