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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마두로 충돌’…이 대통령은 오늘 시진핑 회담

중앙일보

2026.01.04 07:53 2026.01.0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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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늘(5일)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박4일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군사력을 사용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미·중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중에 8년여 만의 국빈 방중이 이뤄지게 됐다.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국제법 위반 등을 비판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한국 외교가 예상치 못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인허쥔(陰和俊) 중국 과학기술부장(장관)이 이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인 장관은 2022년 당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고위 인사로 “중국 측이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청와대는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 때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공항에서 영접했다.



트럼프 ‘돈로주의’ vs 시진핑 ‘다자주의’ 그 사이 낀 대통령

지난해 10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오른쪽)이 부산에서 만난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의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인사가 공항에 나온 건 한국과 첨단 기술 및 경제 협력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5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중은 2017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고, 한국 대통령의 방중 자체도 2019년 12월 이후 6년여 만이다.

당초 이번 방중은 미·중 정상이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만나 훈풍의 흐름을 타는 중에 조율됐다. 중·일 갈등 와중에 이 대통령이 일본보다 중국을 먼저 찾는 외교적 부담을 감수한 건 한·중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기에 미·중 간 화해 기류가 형성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한한령(限韓令·중국의 한류 제한) 해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 견인 등을 주요하게 다룰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중 직전 발생한 베네수엘라발 돌발 변수로 중국이 미국에 각을 세울 여지가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의 마두로 축출은 석유 등을 노린 경제적 목적 말고도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하에 형성된 ‘반미 연대’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3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를 “패권적 행위”라며 “국제법을 심각히 위반하고, 베네수엘라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국은 반미 세력 결집 차단에 나서고, 중국은 내정 불간섭과 주권 존중 프레임을 앞세우며 대립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사태가 장기적 진영화와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한국에 보다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 시 주석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일정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화약고로 부상하는 대만해협 문제에 더해 난데없이 미국의 ‘힘에 의한 평화’와 이에 맞서 중국이 ‘다자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한중간에 놓인 셈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민감한 시점에 한·중 정상이 만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논하는 모습이 미국엔 자칫 ‘대오 이탈’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며 “‘외교적 줄타기’의 중요성이 최고조에 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작전을 두고 국제법적 논란이 거센 것도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유엔 헌장은 타국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금지하며, 무력 공격을 먼저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자위권 행사를 인정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지상 병력을 투입하고 타국 정상을 체포 및 압송한 건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국제법 준수, 주권 존중 등 보편적 언어를 앞세워 대미 규탄 전선을 넓히려 할 경우 동조 여부를 두고 한국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4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평가나 판단은 자제한 채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 “대화를 통해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 등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국제법 준수’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의 ‘미국 때리기’ 동참 압박에 사전에 선을 긋는 것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방어적인 입장을 고수하려다 오히려 보편적 가치를 내세운 중국의 논리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중국의 문제 제기에 침묵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 국제 원칙 준수와 평화적 해결 지지라는 원론적 표현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현석.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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