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배드민턴의 시간표가 바뀌려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복판에 안세영(24, 삼성생명)이 서 있다. 경기 방식은 흔들리고, 대진은 험난하다. 2026년을 다시 자신의 해로 만들려는 안세영에게, 새해 시작부터 쉽지 않은 시험지가 던져졌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15점 3세트 선취점제 도입을 승인했다. 아직 총회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국제 배드민턴의 기본 골격이 바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금까지 유지돼 온 21점제 대신, 더 짧고 빠른 승부를 지향하는 구조다.
연맹이 내세운 명분은 명확하다. 경기 수 증가로 인한 선수 혹사 완화, 경기 시간 단축, 그리고 흥행성 강화다. 초반부터 승부가 요동치고, 집중력이 일찍 요구되는 흐름을 통해 젊은 팬층을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이 변화가 '안세영 시대'에 대한 조정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체력과 뒷심, 긴 랠리에서의 안정감을 무기로 쌓아온 절대 강자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장치라는 주장이다. 점수가 짧아질수록 이변 가능성은 커지고, 경기의 변동성은 커진다. 현재 여자 단식에서 사실상 대항마가 없는 안세영에게 불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21점제에서 15점제로 가는 방향성은 사실상 정해진 분위기"라며 내년 5월 총회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초반부터 적극적인 승부가 늘어나고, 경기 전체의 박진감이 커질 것이라는 게 연맹의 판단"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현재 안세영이 압도적인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변화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는 충분히 논쟁적일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런 가운데 안세영은 코트 위에서 또 다른 시험을 마주한다.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6일부터 열리는 말레이시아 오픈(슈퍼 1000)으로 2026년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이어 곧바로 인도 오픈까지 소화하는 강행군이다.
문제는 대진이다. 32강 1회전부터 세계 랭킹 12위 미셸 리(캐나다)를 만난다. 이후에도 일본과 중국의 간판급 선수들이 줄줄이 기다리는 구조다. 중국 매체 '소후'는 "세계 1위 안세영이 죽음의 대진표를 받아들었다"라며 "첫 경기부터 결승까지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코스"라고 평가했다.
물론 전적만 놓고 보면 안세영은 미셸 리에게 8전 전승으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대진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16강 이후에는 오쿠하라 노조미, 한웨, 천위페이, 왕즈이 등 중국과 일본의 최상위권 선수들과 연속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사실상 중국 최정상급 선수들을 차례로 넘어야 하는 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험난한 대진은 안세영에게 익숙한 풍경이기도 하다. 그는 2025년 한 해 동안 말레이시아 오픈부터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11개 대회를 휩쓸며 여자 단식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승률 94.8%, 상금 100만 달러 돌파. 숫자는 이미 전설의 영역에 들어섰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