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대법 "증권에 관한 소송만 공시 대상, 경매는 해당 안 돼"

중앙일보

2026.01.04 13: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뉴스1
법인이 소송에 휘말릴 때 금융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사건은 ‘증권에 관한 소송’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스틸앤리소시즈 주주 7명이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경매 개시 2주 후 공시…주주들 “지연 보고로 손해”

사건은 법원의 ‘경매 개시 결정’이 ‘소송’에 해당하는가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2014년 12월 코스닥 상장사였던 금속 가공업체 스틸앤리소시즈는 인천 및 충남 아산시 소재 공장들을 경매에 넘기게 됐다. 인천지법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채권자인 포스코엠텍 신청에 따라 임의경매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였다. 회사는 경매 개시 결정 약 2주 뒤인 2015년 1월 6일 이 사실을 공시했고, 이튿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투자자들은 경영진이 제때 경매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자본시장법상 금융위 보고 대상인 ‘소송’의 범위가 쟁점이 됐다.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은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된 때에는 발생 다음 날까지 내용을 기재한 보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투자자들은 법원의 임의경매 개시 결정이 ‘소송’에 해당하는데도 기간 내에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취하를 위해 노력하다가 협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공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심에서는 투자자들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지연공시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투자자들이 지연 기간 동안 주식을 사들여 발생한 손해액의 70%를 배상하라고 했다. 2심 역시 “임의경매개시결정은 회생신청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라며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소송이 제기됐는데도 법령에 따른 기간에 공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영진이 주주 1인당 80만~1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 “보고 대상은 ‘증권에 관한 소송’으로 봐야”

그러나 이같은 판단은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은 “보고서 제출 대상인 ‘소송’은 같은 시행령 167조에서 규정한 ‘증권에 관한 소송’만을 의미하고,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을 포함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상 보고 대상인 ‘소송’의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대법원은 소송의 범위를 넓혀 해석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소송을 ‘증권에 관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송’으로 본다면 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법인 스스로 제출 대상 소송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그런데 ‘중대한 영향’이라는 문언은 명확하게 해석되기 어려우므로 그 해석에 따른 위험을 법인이 부담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결국 법인으로서는 미체출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소송이 제기된 모든 경우에 주요사항 보고서를 제출하는 결과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기업이 거래소와 금융위 이중으로 공시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한 제도 도입 취지에 비춰 보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보고서 미제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위반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