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미래에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할 확실한 길은 인공지능(AI)을 외부에서 빌려온 기술이 아닌 조직 내부의 생명력으로 받아들이고 체화하는 것 뿐이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5일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AI 내재화를 강조하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날 신년회는 사전 녹화영상으로 정 회장, 장재훈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 회장은 “2025년은 이례적인 통상환경 등 전례 없는 수준의 경영환경 변화를 겪은 한해였다”며 “그동안 우리가 우려하던 위기 요인들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무역 전쟁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경영환경과 수익성이 악화하고, 경쟁사의 글로벌 시장 침투가 더 빠르게 퍼질 것이란 설명이다.
정 회장이 강조한 건 ‘체질 개선’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어려워지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때, 우리를 지켜줄 가장 큰 버팀목은 바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되는 체질개선”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민첩한 의사결정이다. 과감하게 방식을 바꾸고 틀을 깨며 일할 때 비로소 혁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AI 기술 경쟁력에 대해 “우리가 확보한 역량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며 경쟁사인 ‘테슬라’ 사례를 들어 AI 역량 확보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테슬라는 데이터셋 수집·구축·라벨링부터 대규모 사전학습, 그리고 모델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AI 핵심역량을 모두 내재화한 덕분에 AGI같은 고도화된 목표 추구할 수 있었고 경쟁사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초격차 만들어내고 있다”며 “외부모델을 단순히 ‘파인 튜닝(이미 구축된 AI 모델을 추가학습시켜 최적화하는 것)’하는 수준을 넘어 AI 원천기술 자체를 반드시 내재화 해야 한다. AI를 단순히 도구로 볼 것인가, 기업 진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이냐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했다.
AI 인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국 제조업을 글로벌 반열에 올린 원동력은 인재였다. 하지만 AI 시대엔 성공공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경영적 판단 등을 AI가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텐데, 인재 개인의 우수성으로 경쟁 우위 지키는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지금부터 인재를 기반으로 AI의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에서 현대차그룹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AI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아니고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AI 경쟁 본질은 데이터와 AI다.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자동차·로봇 등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공정 데이터의 가치는 희소성을 더해갈 것이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