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흡연에 11년간 의료비 41조 썼다…여성 절반은 '간접흡연' 때문

중앙일보

2026.01.04 18:50 2026.01.04 19:5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담배판매대 모습. 담뱃갑 경고그림에 폐암 등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흡연으로 인한 국내 의료비 부담이 최근 11년간 41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의 흡연 관련 진료비 절반 가까이는 간접흡연에 따른 것으로, 비흡연자의 피해가 작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5일 세계은행(World Bank)과 공동으로 진행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출 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흡연 관련 질병들의 연간 진료비, 성·연령별 인구 기여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산출해 직·간접 흡연으로 인한 건보 의료비 지출 규모를 추정했다.

분석에 따르면 2014~2024년 누적된 흡연 관련 의료비 지출은 약 40조7000억원(298억6000만 달러)에 달했다. 2024년 한 해에만 4조6000억원가량의 의료비가 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82.5%는 건보 재정에서 부담했고, 나머지는 환자 본인 부담이었다.

이러한 담배의 폐해는 직·간접 흡연을 가리지 않았다. 전체 흡연 의료비의 16.5%가 간접흡연에 따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성 의료비 중 48%는 간접흡연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흡연이 많은 남성(9%)과 큰 차이를 보였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흡연자 본인뿐 아니라 주변 비흡연자에게까지 확산하는 걸 보여준다.

강하렴 건강보험연구원 건강정책연구센터장은 "간접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건보 의료비와 관련한 대규모 연구에서 간접흡연 비용을 구체적으로 뽑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역광장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금연구역'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뉴스1
흡연 관련 의료비를 질병군별로 보면 암 관련이 14조원(105억2000만 달러)으로 전체의 35.2%였다. 이 중 폐암이 7조9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폐암 의료비는 2014년 4357억원에서 2024년 998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또한 연령대별로는 흡연 의료비의 80.7%가 50~70대에 쏠리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과거 높았던 흡연율이 가져온 '지연된 유행병'이라고 표현했다. 강하렴 센터장은 "이전에 담배를 피웠던 사람들의 건강상 영향이 폐암 등으로 뒤늦게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흡연 의료비가 50~70대에 집중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내 고령 인구가 많아지는 만큼 해당 의료비 부담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 지역 보건'(The Lancet Regional Health - Western Pacific) 최근호에 실렸다. 건보공단은 오는 15일 담배회사 3곳에 제기한 흡연 폐해 손해배상 소송(담배소송)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이 시작된 지 12년 만에 2심 결과가 나오는 가운데, 흡연의 건보 피해 규모를 입증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장성인 건강보험연구원장은 "직·간접 흡연이 장기간 꾸준히 건보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다. 특히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가 폐암 같은 중증질환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향후 판결에도 중요한 과학적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종훈([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