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훈련'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은 '핵전쟁 억제력 고도화'가 필요한 이유로 "최근의 국제적 사변들"을 언급했는데, 이는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무력 축출한 걸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5일 "4일 조선인민군 주요 화력타격집단 관하 구분대의 미사일 발사 훈련이 진행됐다"며 "평양시 역포구역에서 북동방향으로 발사된 극초음속 미사일들은 1000㎞를 비행해 동해상의 설정 목표들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미사일 개발의 주역인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등이 김정은을 수행했다.
신문은 이번 훈련과 관련해 "극초음속 무기 체계의 준비 태세를 평가하고 임무 수행 능력을 검증·확인하며 미사일 병들의 화력 복무 능력을 숙련시키는 한편 우리의 전쟁 억제력의 지속성과 효과성·가동성에 대한 작전 평가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종은 공개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이를 KN-23 발사체에 풀업·변칙 기동을 하는 극초음속 활공체(HGV) 형상의 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로 분석하고 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풀업기동에 대해서는 사전에 확인한 바가 있었고 일본·미국과 정보 공유를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도 "이번 시험은 저고도 활공비행, 사거리 검증 시험으로 보인다"며 "향후 화성-11마의 하강단계 활공비행 능력과 속도 증가를 위한 발사 시험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릴 때도 화성-11마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전략적 공격 수단의 상시 동원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 억제력 행사에 중요하고 효과 있는 한 가지 방식"이라며 "숨길 것 없이 우리의 이 같은 활동은 명백히 핵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도 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환경에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핵억제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김정은이 '지정학적 위기'와 '국제적 사변'을 거론하며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을 강조한 건 베네수엘라 사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기도 했는데,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타국에 무력 행사를 서슴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을 타깃으로 삼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이번 도발은 트럼프가 마두로를 축출했다고 공식 발표한지 약 7시간 만에 이뤄졌다. 같은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4일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오랜 동안 수없이 목격해온 미국의 불량배적이며 야수적인 본성을 다시 한 번 뚜렷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다만 북한이 성명 형식의 공식 대응이 아닌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현안을 짚고 넘어가는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중 일정을 시작한 날이기도 하다. 5일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한 건 비핵화를 의제에도 올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신문은 이날 미사일의 궤적과 주요 데이터를 지도상에 표시한 것으로 보이는 화면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미사일이 대기권 내에서 속도를 조절하며 '활공·기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실전 데이터를 통해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극초음속미사일은 패트리엇(PAC-3 MSE)과 고고도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등 한·미의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니터 화면에 최대속도 2732m/s(마하 8)와 비행거리 775.4㎞ 지점에서 속도가 마하 3.48, 고도가 43.7㎞로 표시됐다"며 "현대적인 미사일 방어 체계로 요격하기에는 매우 까다로운 속도"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