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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현 감독 신년 인터뷰 “WBC는 보답의 시간…미국까지 가겠다”

중앙일보

2026.01.04 20:13 2026.01.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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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만난 류지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WBC 청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대표팀은 9일 사이판으로 떠나 1차 캠프를 진행한다. 김종호 기자
프로야구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다. 2024년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200만 구름관중 시대를 열었다. 야구장 문화 자체를 즐기는 20~30대 여성팬은 물론 가족 단위의 관중이 계속 늘어나면서 가파른 흥행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역설적으로, 최근 10년간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망한 국제대회 성적 때문이다. 세계 야구의 지표와도 같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세 차례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2006년 초대 대회 4강과 2009년 준우승의 영광은 가신 지 오래다.

3전 4기. 한국 야구는 WBC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무거운 짐을 짊어진 류지현(55)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난달 17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류 감독은 “이번 WBC는 보답의 시간이다. 한여름 뙤약볕에도, 궂은 가을비에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좋은 성적을 보답하고 싶다. 1라운드를 통과해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6회째를 맞는 이번 WBC는 3월 일본과 푸에르토리코, 미국에서 1라운드의 막을 올린다. A조의 한국은 5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일본(7일), 대만(8일), 호주(9일)와 차례로 맞붙는다. 장소는 모두 일본 도쿄돔으로 A조에서 최소 2위를 기록해야 미국에서 열리는 본선으로 향할 수 있다. 류 감독은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일본과 대만은 설명할 필요도 없고, 3년 전 WBC에서 호주를 상대로는 7-8로 졌다. 체코 역시 7-3으로 빡빡하게 이기는 등 방심할 여유가 없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류지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김종호 기자
류 감독이 강조한 준비는 올해 WBC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한국은 예년과 달리 1차 캠프를 차리기로 했다. 메이저리거 없이 일단 국내파로 꾸린 대표팀은 9일 사이판으로 넘어가 21일까지 몸을 만든다.

류 감독은 “지난해 10개 구단 감독님들을 일일이 찾아뵈면서 협조를 구했다. 다행히 모두가 이번 WBC의 중요성을 공감해주셔서 1차 캠프를 꾸릴 수 있었다. 2월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여러 구단과 연습경기를 잡았다”면서 “전력분석 파트도 역대 최다 규모다. 전문가 6명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사실 대표팀을 구성하다 보면 밖에서 우리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지금은 KBO 구성원 모두의 염원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1994년 LG의 신인 삼총사로 불렸던 서용빈과 류지현, 김재현(왼쪽부터). 중앙포토
사이판 캠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이름은 역시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이다. 메이저리그에서만 11년을 뛴,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왼손 투수로 2014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모처럼 태극마크를 달았다.

류현진은 사령탑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53)를 떠올리며 발탁한 베테랑이다. 류 감독은 “과거 박찬호가 KBO리그에서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낼 때다. 하루는 한겨울 눈밭의 잠실구장을 홀로 뛰고 있더라. 내가 ‘너 미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미국 선수들은 몸의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답하더라. 그만큼 베테랑의 자세가 주는 울림이 있다”고 했다. 이어 “경험이 많은 류현진이 어떤 나라를 상대로 던지느냐가 관건이다. 흐름상 가장 중요한 경기를 맡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일본)=뉴스1) 구윤성 기자 = 류지현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한일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14/뉴스1
한국계 메이저리거들의 합류도 희망적인 요소다. 주전 마무리가 가능한 라일리 오브라이언(3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전천후 외야수 저마이 존스(29·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이 거론되는 상황. 류 감독은 “한국계 선수는 최대 5명까지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브라이언이 뒷문을 잠근다면 마운드 걱정이 크게 준다. 대회 개막 직전 치르는 오사카에서의 연습경기 전까지는 이들이 합류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2006년 열린 초대 WBC와 2013년 대회에서 수비코치로 활약하기도 했던 류 감독은 끝으로 “WBC가 주는 긴장감과 사명감은 확실히 다르다. 베테랑 선수들도 긴장할 정도의 무대”라면서도 “다행히 요즘 젊은 선수들은 눈치 보지 않고 자기만의 야구를 한다. 이번 WBC에서도 이들이 제 기량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겠다. 감독으로서 3월까지 최상의 전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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