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이 따로 없었다. ‘소비자 가전쇼(CES 2026)’ 개막(현지시간 6일) 이틀 앞둔 4일, 전 세계 미디어에게 주요 혁신 제품을 미리 공개하는 ‘CES 언베일드(unveiled)’ 얘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개막과 동시에 수많은 인파가 수백개의 부스 앞으로 몰렸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스타트업들은 생활 속에 녹여낼 수 있는 혁신 제품을 두루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싱가포르 스타트업 ‘스트럿(STRUTT)’이 공개한 자율주행 전동휠체어 ‘ev1’였다. 라이다와 카메라가 2개씩 장착돼 장애물을 인지하고,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경로를 설정하는 게 특징이다. 티엔 씨에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식탁이나 침대 등 원하는 장소로 목적지를 미리 지정해놓으면 원터치로 목적지까지 곧장 이동한다”고 했다.
실제로 ev1을 체험해보니 인파가 빼곡한 좁은 공간에서도 다른 사람의 다리를 효과적으로 피했다. 자율주행이 완성차, 선박 등 대형 이동수단뿐 아니라 실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 스타트업은 높은 차원의 원격진료 기술을 소개했다. 오티톤메디컬의 스마트체온계 ‘닥터인홈’은 체온은 물론 내시경 카메라로 중이염, 편도염 등 귀 질환 7종을 진단할 수 있다. 김재형 대표는 “약 5만5000건의 질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분석하고, 원격진료도 무리가 없다”며 “올해는 반려동물용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비욘드메디슨은 원격으로 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전시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턱과 어깨를 풀어주는 동작을 하면, AI가 이를 인식해 질환의 정도를 파악한다. 현직 치과의사인 김대현 대표는 “턱 질환은 지속적인 훈련으로 근육을 이완해야 한다”며 “앱을 통해 의사가 환자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중국과 일본 기업은 음성 기술을 나란히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중국 ‘쎄어볼(CEARVOL)’은 자신과 대화 상대방의 음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특수안경을 공개했다. 평소에는 보통 안경이지만 필요 시 살짝 내릴 수 있는 음성 증폭 장치가 달렸다. 렌스 왓슨 매니저는 “청각이 약한 사람은 본인 음성과 주변 음성을 모두 듣기 어렵다”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통해 두 음성만 또렷하게 들리게 하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일본 베른테크놀로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남이 들을 수 없게 하는 마스크 ‘웨어폰’을 소개했다. 웨어폰을 착용하면, 에어팟 등의 기기로 전화 통화할 때 전화 상대방에게만 내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주변 사람은 이를 들을 수가 없다. 마스크에 특수한 장치가 돼 있어서다. 쇼타 야스라오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 시대에는 목소리가 중요한 보안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