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무인 매장에서 1500원짜리 과자 한 개를 실수로 결제하지 않은 재수생을 “죄가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취소됐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헌재는 김 모 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내려진 자신의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평등·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9인 전원일치로 인용했다.
헌재는 “청구인(김 씨)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도 피청구인(검사)은 청구인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입 재수학원에 다니던 김 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0시 32분쯤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1500원 상당의 과자 한 봉지를 결제하지 않고 가져갔다(절도)는 혐의를 받았다.
당일 김 씨는 매장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해당 과자 한 봉지를 무인 계산대에 가져온 뒤 과자는 빼놓고 아이스크림 4개와 비닐봉지값 50원 등 3050원만 결제했다. 또 꺼냈던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한 개를 냉동고에 다시 넣어 놓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매장 주인은 김 씨가 과자를 훔쳐갔고, 아이스크림 1개는 녹아 손해를 봤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는 매장 주인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했고, 매장 주인은 합의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당시 김 씨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느라 부주의해 과자를 깜박 잊고 결제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절도 전과나 형사처벌 전력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씨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 유예란 검사가 형사 사건에 대해 범죄의 혐의를 인정하나 정황 따위를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일을 말한다. 검찰은 재판에 넘기지는 않지만 김 씨가 합계 2300원의 물건값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매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살핀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김 씨는 이어폰을 낀 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고르고, 자신의 명의로 된 체크카드로 아이스크림 4개의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불했고 구매 상품을 담을 비닐봉지값 50원을 별도로 입력해 결제하는 등 “김 씨가 나머지 상품들을 모두 계산하면서 유독 고의로 이 사건 과자만을 계산하지 않고 따로 절취하고자 했을 이유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에 대해선 “가게 내 CCTV에 촬영된 영상에 의하면 김 씨는 이 사건 아이스크림을 냉동고 위에 올려둔 채 내버려 두었을 뿐, 이를 가져간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김씨가 절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아이스크림을 자신의 점유로 이전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아이스크림에 대한 김 씨의 절취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검사는 ‘합당한 처분’을 주장했다. ‘김 씨가 수시로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 결제 내역 문자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과자를 따로 결제하지 않았으니 절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이에 헌재는 “단순히 재생되는 음악을 바꾸는 등 다른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