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를 주축으로 한 민ㆍ관 복지 안전망이 삶을 포기하려 했던 주민을 살리고 새 희망을 안겼다. 지난해 9월 성북구 장위1동으로 이사한 이모(53)씨에게 일어난 일이다. 이씨는 2017년께 사업 실패와 함께 뇌출혈로 쓰러졌다. 후유증으로 오른쪽 마비가 와서 손ㆍ발을 아예 쓰지 못하게 됐다. 이후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내와 이혼했고, 가족과 등진 채 홀로 살게 됐다. 가진 돈이 없어 친구 집을 전전하며 노숙하는 삶이었다.
그런 이씨를 품은 것은 성북구 장위1동에 거주하는 임판이(71)씨였다. 임씨는 동네의 소문난 봉사활동가였다. 성북구 자살예방센터에서 위기 가구를 방문해 살피는 ‘마음 돌보미’ 봉사활동만 15년째 하고 있었다. 이씨가 임씨의 반지하 방에 세 들어 살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가량의 집이었지만, 이씨는 수중에 300만원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 이씨에게 임 씨는 집을 선뜻 내줬다. 임씨는 “나중에 내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가 생겼지만, 이씨는 “살 희망이 없다”며 계속 자살 시도를 했다. 임씨는 “어느날 갔더니 자해를 했길래 그날 이후로 매일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었다”며 “김치랑 반찬 챙겨 가서 속 이야기 듣고 이씨가 울면 다독인 것밖에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씨의 위기 상황을 주변에 알려 살 길도 마련했다. 이씨의 상황을 들은 박춘화(61) 통장은 장위1동 주민센터에 이를 알렸고, 주민센터에서는 지원체계를 즉시 가동했다. 김강연 장위1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가정 방문을 해서 각종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며 “구청에서 빨리 처리해준 덕에 11월 말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이 돼 생계급여와 주거급여 등 1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고 말했다.
성북구 자살예방센터와 주거복지센터는 편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이씨를 위해 집 계단과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했다. TV 등 가전제품과 가구도 마련했다. 성북구 돌봄SOS센터는 이씨가 장애 등급을 받을 수 있게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시락 배달 뿐 아니라 집 안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가스 차단기도 설치했다. 주민들 자치 조직인 장위1동 바르게살기위원회에서는 창문에 단열재도 설치하고, 이불 및 식료품 등도 지원했다.
민ㆍ관의 복지 안전망이 4개월 넘게 가동된 결과, 최근 이씨는 매일 1~2병씩 마시던 술을 끊었다. 집 안팎으로 쌓인 술병도 싹 치웠다. 이씨는 “외롭고 늘 혼자였는데 애써주시는 장위1동의 많은 분들 덕분에 처음으로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재활운동도 이제 꾸준히 하겠다”고 했다.
청년뿐 아니라 중·장년, 노인 1인 가구도 늘어나는 시대다. 이상희 장위1 동장은 “올해에도 ‘아무도 소외당하지 않는 이웃, 혼자 힘들어하지 않는 마을’을 목표로 복지공동체를 더 촘촘하게 구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