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일 4400선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 2일 처음으로 4300을 기록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최고치 경신이다.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졌지만,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3.43% 오른 4457.52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가 2조1751억원어치를 순매수(산 주식이 판 주식 금액보다 많음)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과 기관이 이날 각각 팔아 치운 1조5093억원, 7038억원 주식을 외국인이 받아냈다. 정부의 환율 안정 대책 발표로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를 망설이게 하던 원화 약세 문제가 다소 해소된 데다, 오는 8일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7.47% 오른 13만8100원에 거래를 마쳐 최고가를 다시 썼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2.81% 상승한 69만6000원에 마감했는데, 장중 한때 70만원 선을 터치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수출 실적도 연초 코스피 질주를 이끄는 재료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2% 증가한 207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12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서정훈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이번 수출 동향은 반도체 과잉 투자 논란에도 실제 수요가 여전히 강력한 상태임을 보여줬다”며 “반도체를 포함한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이익 전망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고지에 대한 전망도 높아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예상보다 반도체 실적 개선이 강하고 빠르다”며 이달 코스피 밴드를 4100~4500으로 잡았다. 그러면서 “원화 안정으로 외국인 순매수까지 가세할 경우 1분기 중 코스피 5000시대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도 “최근 반도체 주가는 유동성 등 거시적 요인보다 기업 자체 경쟁력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각각 16만원, 87만원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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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하이닉스 말고…“숨은 반도체주 주목”
전문가들은 ‘반도체 쏠림’ 현상을 지적하면서도 올해 한국 증시 역시 반도체가 주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뒤에 숨어있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에 주목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4분기 국내 반도체 합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 가능성이 있고, 올해는 반도체의 가격 주도와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2단계 업사이클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 TC본더를 만드는 한미반도체 주가는 이날 전장보다 약 16% 뛰었다.
한편, 원전주도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전장보다 10.64% 오른 8만3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연간 329%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전주로 묶이는 현대건설과 한전기술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각각 7%, 4%가량 상승했다. 미국 에너지부(DOE)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지원 예산 집행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 더해 국내에서도 SMR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